[강태광의 행복칼럼] 배려와 존중으로 만드는 가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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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배려와 존중으로 만드는 가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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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교장이 아내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산다. 하나뿐인 아들네와 가까이 살기 위함이었다. 사실은 평수 넓은 아파트를 하나 사서 아들네와 같이 살고 싶었다. 그러나 며느리와 대화 후 생각을 바꿔서 아파트 두 채를 샀다. 아들네는 조금 큰 아파트로 노인네는 좀 작은 것으로 장만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앞뒤 동에 두 집은 소위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살면서부터 교장의 속 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교장을 행복한 노인네라고 부러워했다. 처음에는 시답잖게 받아들였는데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자랑하게 되었다. 사회 선생인 며느리는 경우가 발랐다. 한동안 시부모를 저녁에 초청해 주었다. 며느리 초청으로 아들네에 가서 퓨전음식 먹고 손주를 보고 오면 참 좋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퓨전음식이 질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네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물김치를 마시며 이런 것을 먹고 사는 아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그 걱정이 발전해 아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아들이 어릴 때 먹었던 청국장을 갖다 주고는 아들이 좋아했다며 행복해했다. 그 후 아내는 누룽지, 숭늉, 김치를 퍼다 날랐다. 

   

방문이 잦아지자 아들네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생겨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아들네 집에 불이 켜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들네 창문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분명히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건너가 초인종을 울렸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돌아왔다. 헛걸음한 아내가 안쓰러웠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아내 몰래 아들 집에 가서 초인종을 울렸다. 집안에 인기척이 있는 듯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아들네 앞집 사람이 탔다. 겸연쩍어서 00호에 찾아 왔더니 사람이 없어서 헛걸음했다고 말하자 “앞집 선생님요? 방금 우리 집에서 파 한 뿌리 얻어 가셨는데요”라고 했다. 역시 그랬다. 아들네는 우리가 불편해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촛불을 켜 놓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 상황을 마누라에게도 알려야 하는데 난감했다. 아내가 이 상황을 충격 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젊은이들처럼 촛불로 식탁을 밝혀 보자!’라고 제안한다. 이상은 박완서의 소설 ‘촛불 밝힌 식탁’의 줄거리다. 작가 박완서는 우리 시대가 겪는 아픔을 질펀하게 그리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다. 마치 우리 옆집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아마도 그날 밤 아버지 가슴은 시리도록 아팠을 것이다. 어쩌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들도 맘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류의 사연을 찾자면 차고 넘칠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겪는 아픔이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배려해야 이런 아픔을 막는다. 부모가 젊고 건강할 때는 부모가 배려했다. 성장하고 나면 젊은 세대(며느리와 아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배려가 부족한 젊은 세대를 노련한 부모들은 더 많이 배려하고 이해함으로 갈등을 줄인다. 사랑은 배려와 존중을 먹고 자란다. 행복은 사랑의 열매다. 가정의 달(5월)을 보내며 배려와 존중으로 만드는 행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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