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책, 삶의 산책] 반토막 난 진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정치 산책, 삶의 산책] 반토막 난 진실

웹마스터

최 석 호 

전 어바인 시장

전 가주하원의원


어느 날 나에게 억울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주 평범하고 날씨 상쾌한 날 의사의 정기검진을 마치고 차를 타고 파킹장을 빠져 나오기 위해 후진을 하던 순간, 내 뒤에서 동시에 나오던 차에 부딪쳤다. 내 제네시스 차에 설치된 후진 장면을 보여주는 넓은 스크린에 뒷 장면이 다 보이고 후진할 때 사람이나 차가 가까이 다가오는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삐삐' 거리며 경고음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후진동작을 멈추게 된다. 옛날 구식차에 비하면 얼마나 편하게 차를 뒤로 빼면서 위험하고 어려웠던 고통을 피할 수 있는지 모른다.


이날 경음이 울리고 내 뒤에서 빠져 나오는 차가 보여서 당장 기어를 앞으로 넣고 파킹했던 제자리로 움직이는 순간 덜거덩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차를 제자리에 넣고 나가 보니 내 차는 왼쪽 모퉁이에 예상보다 더 큰 자국이 나 있었다. 어느 나이든 백인 여성이 백색 아우디 차에서 내렸다. 그 여인은 "아엠 소리"를 몇 차례나 거듭했다. 다행히도 '이분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가 보다' 하고 안심을 했다. 나는 그 여인에게 그가 뒤로 나오는 것을 보고 피하려고 차를 앞으로 되돌리는 순간이었다고 설명을 했다.


일상대로 정보를 교환하고 마모된 자국과 상대편 차 사진을 찍어 두었다. 너무 경미한 사건이어서 경찰을 부를 필요성을 못 느꼈다. 요즘은 사람이 다치지 않은 사고에는 경찰을 불러도 너희들끼리 해결하라며 출동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주변에 지켜본 사람도 안 보였다.


마침 그날 다른 바쁜 일도 없고 해서 곧바로 내가 아는 바디샵으로 달려가서 견적을 받았다. 1800여 달러가 나왔다. 나는 그 견적을 상대편 운전자에게 보내고 보험을 통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부담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액수가 많다 보니 상대방의 AAA 보험회사를 선택하고 그 견적을 보냈다.


예상 밖으로 곧바로 AAA에서 연락이 왔다. 상황 설명을 하라고 해서 일어난 그대로 설명을 했다. 내 차에 바디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건 없다고 했다. 사고장면을  본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불행히도 그것도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사람의 공동 잘못으로 취급을 해서 AAA에서는 50% 밖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기가 막혀서, 그 여자가 자기 잘못이라고 사과까지 한 사건을 어떻게 이제 와서 공동 잘못이라고 주장하느냐고 따졌으나 막무가내였다.


다시 상대방 운전자에게 전화해서 “네가 잘 못 해서 '쏘리'라고 몇 번씩 사과까지 하지 않았느냐, 사실대로 네 보험 담당자에게 말해 달라” 라고  했더니 자기는 사고 난 자체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했지 햇빛에 가려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는 변명을 하고 있었다. “네가 차를 앞으로 다시 빼고 있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보험회사에 맡기자" 라는 말을 하면서 자기는 이제 뒤로 물러서겠다는 태도를 완강하게 보였다.


난감해 졌다. 내 파머스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별다른 좋은 제안이 없었다. 내가 원하면 사고파일을 열어서 조사를 하고 상대편 AAA와 싸워 보겠지만 결과 보장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쪽의 디덕터블이 1000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내 보험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설사 이긴다 해도 1000달러까지 내 주머니에서 낸다면 내게 아무런 이점이 안 보였다. 게다가 차후 내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애매한 말까지 하니 내 보험회사 덕 보기는 틀어진 사실이었다. 이제 와서야 디덕터블을 500달러로 고치라고 말은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었다.


할 수 없이 다 포기하고 상대방 보험회사가 주겠다는 절반 값으로 해결을 봐야만 했다. 사실대로 일어난 진실도 증인이나 증거물 없이는 힘을 못 쓰고 때론 운수가 좋으면 반토막 진실이 되는 진실을 발견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억울한 사건이 곳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에 호소할 수 없는 억울한 일들 말이다. 집 나가기 전에 운전대 붙들고 더 간절히 기도하라는 레슨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