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롱비치의 아이콘 ‘퀸 메리(Queen Mary)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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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롱비치의 아이콘 ‘퀸 메리(Queen Mary)호’

웹마스터

이보영

한진해운 전 미주지역본부장


세계사는 인류를 ‘육상민족’과 ‘해양민족’으로 양분한다. 이들은 각각 자기들의 삶을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자기들 방식으로 생존능력을 발전시켰고, 생존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왔다. 지정학에선 이들 세력을 ‘대륙세력(Land Power)’과 ‘해양세력(Sea Poser)’으로 나눈다.


양대세력은 항시 서로 긴장과 갈등, 견제와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대륙세력인 몽골 유목민은 ‘말(馬)’을 달려 아시아에서 동유럽까지 점령했지만, 해양세력인 영국은 ‘배(船)’를 이용해 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인도까지 정복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I세(1533 ~ 1603)의 총애를 받던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이 한 말이다. 그는 영국의 탐험가이자 정치가였다.


빠르고 튼튼한 ‘배(Ship)는 해양세력의 최대 무기였다. 배의 존재는 BC 5000경에 한 토막의 통나무 배로 시작되었다. 통나무 여러 개를 붙여서 더 크게 뗏목선을 만들었고,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돛을 달았다. 바람이 없을 때는 여러 사람이 노(Row)를 저어 이동했다.


증기의 힘, 디젤의 힘, 전기의 힘, 원자력 등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오늘날엔 대형 호화 ‘크루즈선(Cruise Ship)’에 이르렀다. 이 ‘크루즈선의 할머니’ 격인 배가 바로 롱비치항에 정박해 있는 ‘퀸 메리호(Queen Mary)’ 이다.


롱비치(Long Beach)는 LA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해안가의 보석같은 작은 도시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선착장이 있고, 해변을 끼고 조성된 다운타운은 도시의 세련미와 해변 마을의 즐거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인기있는 음식점들과 쇼핑점들이 여행객들에게 큰 매력을 준다.


퀸 메리호는 영국에서 1930년에 건조하기 시작하여 1934년에 진수되었다. 당시 영국의 왕, 조지5세 (1865~1936) 왕비의 이름을 따서 ‘퀸 메리’로 명명되었다. 1936년 5월부터 대서양 항해를 시작한 후 1967년 12월까지 31년 간 총 1,001회 대서양 횡단기록을 세운 영국의 초호화 여객선이다.


퀸 메리호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정기여객선으로 영국 사우댐프턴(Southampton)에서 뉴욕까지 매주

1회씩 운항했다. 배의 순항속도는 28.5Knots(33 Miles), 최대속도는 32Knots(37 Miles) 로 사람이 갑판에 서

있으면 바람에 밀려 걷지 못할 정도다.


배의 길이는 1,020Ft.(약 310m), 선폭 118Ft.(36m), 높이 181Ft.(55m), 갑판 10층, 승객 2,140명, 승무원

1,100명, 배의 엔진 16만 마력짜리 증기기관, 프로펠러 35톤짜리 4개, 구명정 24대, 배의 무게 81,960톤.

(미국은 1931년 뉴욕에 지상 102층, 높이 381m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완공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퀸 메리호는 정기여객선 항해를 중단하고, 배 전체를 해군 전함의 색체인 회색으로 칠하고 군 병력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때 ‘회색유령(The Grey Ghost)’ 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대서양 여객수가 점차 감소하자 퀸 메리호 운영에도 적자가 누적되었고, 선령(船齡: 배의 나이)도 많아지자 영국 선주(큐나드 화이트 스타라인)는 대서양 항해에서 퇴역을 결정했다.


롱비치시는 1967년 말에 퀸 메리호를 340만달러에 매입했다. 롱비치시는 배를 개조해 호텔(Hotel Queen Mary), 해상박물관, 레스토랑, 영화관, 결혼식장, 선물가게 등 관광·레저용으로 꾸며 롱비치항 입구에 영구 정박시켜 놓았다. 영화관에서는 포세이돈 어드벤쳐(The Poseidon Adventure), 펄 하버(Pearl Harbor), 타이타닉(Titanic) 등 해양영화도 자주 상영한다.


90세가 되어가는 퀸 메리호엔 조타실, 선장실, 엔진실, 통신실, 구명정 등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전쟁

당시의 기념물과 아르데코(Art Deco) 풍의 구조가 아직도 실내를 장식하고 있어서 화려했던 퀸 메리호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롱비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자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호화 호텔에서 로맨틱한 밤을 보내며, 각종 위락시설을 즐기기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망망대해와 수평선 속으로 감춰지는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살아 온 추억, 은퇴자의 모습 등을 생각하며 평시 육지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 간 폐쇄되었던 퀸 메리호가 지난 4월 1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1930년대의 옛 영국의 국력과 호화찬란했던 영광이 깃든 흔적들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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