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에서 바라보는 설선 또렷한 푸른 계곡들…그래,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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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에서 바라보는 설선 또렷한 푸른 계곡들…그래,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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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슬로프에서 하기환 회장이 저 멀리 마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에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임을 알리는 오륜마크 상징물이 서 있다. 휘슬러산 정상에 있는 동계올림픽 상징 '이눅슈크' 돌 조형물 앞에서 스키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했다.(위에서부터)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의 캐나다 스키여행 


콜로라도·유타에 이은 이번 시즌 마지막 여정

세계 3대 스키장으로 꼽히는 '휘슬러-블랙콤' 

빙하 녹은 호수 감상하며 회원들과 설원 누벼 

동행멤버들과 '홍쿠버' 둘러보며 우의도 다져

"80까지, 5년 만 더 타면 성공적인 스키인생"   


재미스키협회 캐나다 휘슬러-블랙콤(Whistler-Blackcomb) 스키트립

재미스키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5박 6일 동안 캐나다 휘슬러스키장을 다녀왔다. 유타스키장에서 돌아와 2주 만에 다시 원정을 떠난 것이다. 1차 콜로라도, 2차 유타에 이어 3차 캐나다 스키는 9명이라는 적은 인원이 참여했다. 거리는 가깝지만 아무래도 외국이라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캐빈 황씨 부부, 박경학씨 부부는 LA부터 자동차로 출발했다. 벤츠에서 만든 스프린터를 RV로 개조해 관광과 캠핑을 하며 육로로 가는 것이다. 시애틀을 거치는 여정 끝에 휘슬러스키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밴쿠버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이맘 때면 만개하는 벚꽃은 아름다운 항구도시 밴쿠버의 특징이다. 밴쿠버는 정말 아름다운 미항이다. 속으로 은근히 만개한 벚꽃을 기대했으나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 


미리 예약한 자동차 픽업하고 중국타운에 있는 한국마켓에 들렀다. ‘홍쿠버’ 별명답게 역시 중국타운 규모가 컸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많은 홍콩 사람들이 탈출하듯 밴쿠버로 몰려들어 ‘홍쿠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국식품과 근처의 코스트코에 들러 시장을 본 후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80마일 쯤 떨어져 있고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블랙콤 리조트단지 예약된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했다.


21일 첫날 스키가 시작됐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은 휘슬러산(7156ft, 2181m)과 블랙콤산(7493ft, 2,284m)에서 따온 것이다. 북미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세계 3대 스키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정상에서 리조트까지 표고차가 5300피트가 넘어 알파인 스킹, 모굴, 트리런 스킹 등 다양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에게 이 스키장은 정말 뜻 깊은 곳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이 스키장에서 열렸다. 그때 김연아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땄던 역사적인 장소. 알파인 스키를 비롯해 많은 종목을 치러 낸 현장이기도 하다. 웅장한 자연은 겨울뿐 아니라 사시사철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은 면적이 8100에이커 이상이니 유타주의 파크시티 리조트보다 크다. 우리가 많이 찾는 맘모스스키장보다 2.7배나 크다. 블랙콤과 휘슬러 슬로프는 너무 커서 지도로도 헷갈릴 때가 많다. 또 두 산을 이어주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예전에는 휘슬러산에서 블랙콤산으로 이동할 때는 리조트까지 내려와 곤돌라를 갈아타야 했다. 지금은 두 산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긴 곤돌라가 건설돼 있다. 이 곤돌라 중에는 바닥 가운데를 유리로 만든 것도 있었다. 피크 투 피크(Peak 2 Peak)라고 이름 붙은 곤돌라다.


겨울을 기다려 온 우리 협회는 맘모스스키장이나, 유타의 폭설에 익숙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봄이 가까운 이곳 휘슬러 눈은 마음에 흡족하지 않다. 나 같이 트리런과 모굴, 파우더를 찾아다니는 스키어에게는 눈의 질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설선이 또렷한 푸른 계곡을 눈 쌓인 산정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최고였다. 산 밑의 계곡에는 침엽수들이 꽉 들어차 있다. 더러 빙하 녹은 물이 모인 호수들이 파랗다. 자주왔던 곳이므로 처음 온 사람들에게 휘슬러산 안내도 하며 즐겁게 보냈다. 


피크 투 피크 곤돌라를 타고 블랙콤산에서 휘슬러산으로 건너갔다. 눈 상태는 휘슬러산 쪽이 휠씬 양호했다. 아직 돌지 못한 슬로프를 찾아 회원들이 설원을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회원 두 명이 내가 가는 나무 사이로 함께 따라 들어갔다. 트리런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들이었다. 잘 따라 오는가 했는데 갑자기 나무 사이가 좁아지며 급경사가 나타났다. 내심 걱정하며 밑으로 내려와 기다리니 그들이 멀리서 눈을 밀어가며 엉금엉금 내려온다. 그래도 눈에 경험 많은 사람들이기에 나름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 한 듯 하다. 휘슬러산 너른 정상에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상징인 이눅슈크(Inukshuk)도 서 있다.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선 모습의 돌 조형물인데, ‘친구’라는 뜻의 원주민 이누이트(Inuit)족 상징물이다.


스키가 끝나자 휘슬러 빌리지에 있는 올림픽플라자에 들렀다. 올림픽플라자는 오륜마크가  길 정면에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휘슬러 빌리지는 작은 동네지만 여러 종류의 식당과 로컬 상점, 펍, 그로서리샵들이 모여 있는 예쁜 마을이다. 자동차팀 4명이 무사히 스키캠핑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LA를 출발하여 3일이 걸리는 여정 끝에 합류한 것이다.


이번 시즌 스키트립을 무사히 끝내다

23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하늘이 어둡다. 어제 저녁부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눈이 오지만 부지런한 우리팀은 장비를 착용하고 나섰다. 약속대로 피크 투 피크 곤돌라 정류장 앞에서 자동차팀과 만났다. 불과 2주 전에 유타스키장을 함께 누빈 얼굴들인데도 무척 반갑다. 


캐나다 스키장이라 더 즐거웠던 모양. 우리는 함께 곤돌라를 타고 휘슬러 쪽으로 올라갔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럽게 팀1, 팀2로 나뉜다. 팀1은 모굴이나 트리런을 즐기는 야생형이고, 팀2는 정해진 슬로프를 즐기는 순응형. 함께 가다 무릎에 무리가 갈 모굴이나 난이도가 높은 곳을 만나면 두 팀은 잠시 헤어졌다 리프트 앞에서 다시 만나곤 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슬로프가 한결 좋아졌다. 모두 해외원정을 온 만큼 나름 맘껏 설원을 누볐다. 기념촬영도 하고 처음 온 회원들에게 이곳 저곳 안내도 해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스키가 끝난 후 우리 숙소에 모였다. 축배에 사용할 술이 모자랐다. 캐나다는 주류 규제가 굉장히 엄격한 편이다. 술은 리커스토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고, 오후 7시면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7시 넘어 리커스토어에 술을 사러 갔다가 허탕을 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행운은 언제나 있는 법. 자동차팀이 워싱턴주를 거쳐 오며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 온 와인이 있었다. 술을 살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그들이 가지고 온 와인은 가뭄에 단비였음은 당연한 일.

 

24일.  원정스키 마지막 날이다. 밤새  눈이 내리더니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날은 블랙콤 쪽의 슬로프 위주로 산을 훓어보기로 했다. 눈질은 휘슬러 쪽보다 못 하지만 정상 뒷쪽으로 거대한 빙하가 있어 여름에도 스키를 탈수 있는 곳이다.


매년 같은 스키장을 찾으면서 스키장마다 꼭 한 번씩 내려가 보는 가파른 슬로프가 있다. 블랙콤에서도 글레시아 체어리프트 오른쪽에 나무도 많고 아주 힘든 곳이 있다. 요번에도 겁없이 들어갔더니 바닥은 완전히 아이스이고 위만 살짝 눈에 덮여 있었다. 무릎이 깨지는 것 같은 충격이 온다. 그래도 이 슬로프를 마스터했다. '아직 살아있구나' 하고 '내년에도 할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5번만 더, 이런 험한 곳을 탈수만 있다면 현재 목표로 한 만 80세까지 성공적인 스키인생을 마마감할려고 한다.


그날 스키가 끝나고 우리는 자동차팀이 머물고 있는 캠핑장을 방문했다. 초봄이라지만 밤에는 추운날씨인데 과연 캠핑이 가능할까? 두 차량 사이 나무데크 위에 커다란 텐트를 쳐서 공동식당을 만든 것이 보기 좋다. 그 안에 히터까지 켜 놓았으니 마치 포장마차에 들어온 느낌. 잠은 스프린터 안 침실에서 자니까 겨울에도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25일 아침이 맑았다. LA로 돌아가는 날이다. 비행기 시간이 저녁 8시 이기에, 낮 시간 동안 주변 관광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함께 휘슬러 근처의 볼거리를 찾아 떠났다. 내가 휘슬러를 올 때마다 들렸던 몇 곳을 안내했다.


내린(Nairn) 폭포와 쉐논(Shannon)폭포를 들렀다. 눈이 깊으면 물이 많을 것은 당연지사. 두 폭포의 수량이 퍽 많아 볼만했다. 점심은 호스슈베이(Horseshoe Bay)에서 먹기로 했다. 호스슈베이는 캐나다 바닷가의 삶을 볼 수 있는 작은 어촌이다. 밴쿠버 근교에 있는 어촌인데 밴쿠버와 선샤인 코스트로 가는 페리를 탈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작고 예쁜 마을이었는데, 이제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었다. Fish and Chip이 유명하다는 트롤스(Troll’s)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하고, 여기서 자동차팀과 헤어졌다. 이들은 4일에 걸쳐 내려가며 관광을 즐기다 LA에 도착할 것이다.


정말 올해는 이상기온이 맞다. 매년 가뭄 때문에 법석을 떨던 LA가 물난리를 겪었다. 시에라산맥에 쌓인 눈 덕분에 해갈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우리 스키협회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맘모스스키장 역시 눈 폭탄을 맞았다. 캐나다 스키트립에 참석 못한 회원들은 맘모스로 갔을 것이다. 한 여름인 7월까지 문을 연다고 한다. 나 역시 눈풍년 덕분에 맘모스를 한두 번 더 갈 찬스도 생겼다. 이제 매년 연례적으로 진행되었던 공식 단체 스키트립은 끝났다.


이번 시즌 우리 스키협회 원정스키는 긴 거리를 돌았다. 콜로라도, 유타를 거쳐 캐나다 휘슬러에서 끝난 것이다. 큰 무리 없이 모두 안전하게 스키행사가 끝난 것에, 회원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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