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아련한 부활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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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칼럼] 아련한 부활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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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림 

권사·월드쉐어USA 후원이사 

   

낭만적이고 기쁨이 충만했던 부활절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부활절 모습이지만,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겪은 부활절은 환상적이고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아름다운 축제였다. 유럽 출신의 미국인들이 1960년대 후반 혹은 1970년대 초반에 보낸 부활절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의 엄숙함과 부활절의 환희는 가슴 뭉클해지는 추억이다.

   

봄 햇살이 옷깃에 따스하게 스며들고 겨울이 도망갈 무렵 ‘사순절 백합(Daffodil, 한국명 수선화)’이라는 노란 꽃이 핀다. 눈덩이를 비집고 꽃이 피고, 살얼음을 깨고 잎이 나오는 사순절 백합은 내가 살던 미국 중북부 지역 봄의 전령이었다. 노란 수선화 만개와 더불어 봄과 부활절 시즌이 시작되었다. 부활절의 설렘과 흥분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순절 백합의 개화로 시작되었다. 

   

부활절 몇 주 전부터 길가 상점들은 은은하고 고상한 부활절 장식을 한다. 유리창을 산수화 꽃으로 장식하고 삶은 달걀들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하얀 토끼들로 장식하면 우리는 부활절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서 부활절을 전혀 몰랐던 나는 부활절을 기다리고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60여 년 전 미국 중부에서 처음으로 만난 부활절은 단순한 기독교 행사가 아니었다. 도시의 행사요 시민의 축제였다. 온 시민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근사한 축제였다. 

   

부활절은 우리의 설날과 닮았다. 부활절에는 설날처럼 새 옷을 입는다. 부활절 예배를 위해 소녀들은 아름다운 리본으로 장식한 하얀 부활절 드레스를 장만한다. 남자아이들은 무릎 밑까지 오는 긴 양말과 구두를 갖춘다. 어른들은 가장 좋은 정장으로 차려입고 예배드린다. 이 예배는 행복과 기쁨이 넘실대고 한편으로는 성스러운 기운이 넘쳐나는 예배다. 정말로 예수님 부활을 기뻐하고 경축하며 감사하는 성령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예배였다.

   

부활절 클라이맥스는 부활절 거리행진이다. 나팔과 북이 이끄는 행진에는 여러 악기가 동참하여 경쾌한 행진곡이 연주되었다. 양쪽 길가에 잘 차려입은 어린이들과 남녀노소가 함께 행진하면 동네 강아지들도 따라갔다. 지금 생각하니 동화 속에서 꿈꾸 듯 행복한 기분이었다. 노인과 젊은 여성들이 아름답게 차려입고 여러 모양의 모자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던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남녀노소가 온몸과 맘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예수님 부활의 기쁨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행복해했던 그 시절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우리가 유일한 아시아 사람이었다. 여러 가정에서 부활절 디너에 초대해 푸짐한 음식으로 환대해 주고 채색한 삶은 달걀과 초콜렛 과자를 싸주던 그 인정 넘치는 얼굴들을 기억에 떠올리니 나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부활절 추억으로 나는 행복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부활절이 미국의 명절 중 제일 아름다운 명절이고 교회 절기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이라 본다.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생명까지 아끼지 아니하신 예수님은 무덤에서 사흘 만에 부활로 참소망을 주셨다. 부활절은 승리의 날이요 환희의 날이다. 부활절에 주님을 찬양하며 기쁨으로 주님의 승리를 경축해야 마땅하다. 현재 캘리포이나의 부활절은 건조하고 밋밋하다. 내가 경험한 부활절처럼 큰 기쁨과 신앙고백이 담긴 근사한 부활절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다. 금번 부활절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맘껏 찬양하며 환희와 소망의 부활절을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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