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예전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보라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만약 당신이 건강검진을 받은 후 의사에게서 위내시경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데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았다고 해보자. 인간은 본래 자신이 아는 선에서 이해하고 심각성을 파악하는 성향이 짙기에 귀에 더 익숙한 ‘위축성 위염’을 기억할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설명이 이것으로 끝이라면 나중에라도 장상피화생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질문이라도 할 텐데, 보통은 검진결과에 대한 설명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의사는 당신의 췌장에 물혹이 발견되었다든지 지방간이 검출되었다든지 하면서 여러 우려되는 부분을 계속 설명한다. 또 건강을 위해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하며, 약간의 강도가 있는 운동을 겸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쯤 되면 당신이 몇 분 전, ‘장상피화생이 뭔지 한번 검색해 봐야지’ 했던 생각은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환자들을 처음 진료할 때 그가 예전에 받았던 내시경이나 조직검사 결과 등을 가져와 같이 확인하곤 한다. 검사 결과지에 ‘장상피화생’ 같은 진단명이 적혀 있어도 환자한테 물으면 거의 처음 듣는다는 표정일 때가 많다. 조직검사 결과를 받기 전엔 대부분은 그저 아무 이상이 없거나 약간의 위염이 있다고 들은 게 전부라고도 말한다. 장상피화생은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6배나 된다. 그런데 위내시경을 할 기회를 놓치면 어찌 되겠는가? 환자의 탓도, 건강검진 결과를 설명해 주는 의료진의 잘못도 아니다. 대단히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환자에게 전달하고 설명시켜야 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병원만 해도 하루 또는 이틀에 걸쳐 많은 사람의 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그만큼 많은 검사 결과가 나온다. 그 결과들을 한 책자에 넣어 기록한다 해도 듣는 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벅찰 수 밖에 없다. 결과를 설명하는 의료진도 검진을 받은 환자들도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모든 환자에게 장상피화생 강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시스템을 보강하는 1가지 방법은 ‘반복 학습’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반복해서 검토하는 것이다. 혼자만 할 것이 아니라 의사와 함께 검토하라. 물론 모든 의사가 환자 개개인의 진단결과를 꼼꼼히 검토해 줄 순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환자가 먼저 천천히 살펴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진단들을 체크해 그것 위주로 의사에게 질문하고 상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뒤엔 “방금 설명해 주신 것 외에 제가 주의하고 챙겨야 할 것은 없을까요?”라고 다시 확인하며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했 듯, 가족력과 위험요인을 모르고 있거나 과거 건강검진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건강검진 스케줄이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다면, 그저 가장 흔한 검진 프로그램을 고르게 된다, 또 어떤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는지 모르기에 그저 불안한 마음에 필요도 없는 모든 검사를 2년마다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검진 설계의사나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내게 꼭 필요한 검사들만 고를 수 있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검사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더 상세한 정보는 신간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7가지 건강 습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문의 (213)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