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Me, Me, Me”를 외치는 시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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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Me, Me, Me”를 외치는 시니어들

웹마스터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스탠퍼드대 병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미스터 앤더슨(Mr. Anderson)이 입원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기에, 나는 동기에게 그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어떻게 그 분을 모르냐며 스탠퍼드 캠퍼스에 거액을 기부한 큰 손이라고 했다. 이 분의 입원을 담당을 해야 하는 것이 나 였기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재벌’ 수준의 환자였기에 나는 살짝 긴장한 상태로 입원실로 들어섰다. 


입원실에서 마주한 노부부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푸근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셨고, 마음씨 따뜻한 그분과 그의 가족들은 입원한 기간 내내 오히려 의료진을 살뜰히 챙기며 모든 의료서비스에 감사를 표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 따라 인간발달을 영아기에서 노년기까지 총 8단계로 구분했는데, 장년기·노년기에도 ‘자아통합 대 절망감’이라는 내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시기라고 보았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과연 가치있는 삶이었는지 평가하면서 다양한 만족과 후회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재정적 안정만을 평가기준으로 삼기보다 포괄적으로 평가하여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을 이루어 ‘지혜’라는 덕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스탠퍼드와 UCLA 대학병원 로비에는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기는 시니어들이 있다. 그들 모두 자원봉사자다. 은퇴 당시 얼마나 재력이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이들은 노후에도 남을 위해 베풀며 바쁘게 생활한다.


이처럼 상대에게 나눔을 베푸는 습관은 노년기에 접어들기 전에 장착해야 한다. 사실 진료하면서 오직 “Me, Me, Me” 즉 “나 자신, 내 것, 나를 위한 것”에만 관심을 쏟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가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 종종 베풀고 나누는 습관을 권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태도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로 인해 재정적으로도 어렵고 노화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안증까지 겪게 되면 베푸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히다. 하지만 “You, You, You”라고 외치며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라서 아무리 늦어도 장년기·중년기에는 배움의 자세를 익히고 나눔의 기쁨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태도가 일상에 스며들게 하였을 때 에릭슨이 강조한 지혜를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문의 (213) 38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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