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스키장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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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스키장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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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스키여행 도착 후 첫날, 비버크릭스키장에서. 밤 새 눈이 많이 내려 파우더 스키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는 하기환 회장. 북미에서 정상이 가장 높은 브레큰리지스키장에서 회원들이 포즈를 취했다.(위에서부터)   /하기환 회장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의 '스키 사랑'


재미스키협회 회원 51명과 콜로라도 스키트립

비버크릭·베일·스노우매스·브레큰리지 스키활강

"골수 스키마니아들 나눔과 추진에도 '손발 척척'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은 스키마니아다. 1967년 대관령에서 열렸던 한 스키강습회에 참가해 설원을 누비는 재미에 푹 빠진 후로 줄 곧 스키철만 되면 동호회 회원들과 스키장을 누빈다. 스키 사랑이 벌써 50년도 넘는다. 고희를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과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달에도 하 회장은 재미키협회 회원 51명과 콜로라도 스키트립을 다녀왔다. 그의 유별난 '스키 사랑'을 글과 사진으로 만나본다.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겨울왕국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 특히, 이번 겨울 미 서부는 모든 매스컴에서도 보도할 만큼 눈 풍년을 맞았다. 자동차로 이동이 편한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맘모스스키장에도 전례없는 폭설이 내렸다. 나는 스키에 욕심이 많다. 스키시즌이 시작되면 맘모스에서 몸을 풀고 일주일 정도씩 스키원정을 떠난다. 1월 4째주에는 콜로라도로 떠나고, 2월 4째주는 유타주 스키장을 찾는다. 그리고 3월 4째주는 캐나다 휘슬러스키장으로 간다. 연초에는 멀리 유럽 알프스 스키장으로 원정도 가곤한다.


#.재미스키협회 51명 회원과 떠난 스키여행

올해도 1월 마지막 주인 지난 28일부터 2월 4일, 일주일간 콜로라도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콜로라도 스키트립에는 재미스키협회에서 51명의 회원이 대규모로 참여했다. 매년 콜로라도 스키는 ‘비버크릭’ 리조트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회원들 중에서 같은 주에 8개의 타임쉐어 콘도를 구입했다. 자연히 비버크릭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인근의 여러 스키장을 돌며 스키를 타는 것이다.


콜로라도주는 미국을 동서로 가르는 장대한 로키산맥이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콜로라도주 전체의 평균표고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이런 로키산맥 자락에 위치한 스키장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스키장이 될 수밖에 없다. 유명한 스키매거진이 북미지역 베스트 스키리조트 60곳을 선정한 적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만족도를 비교평가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콜로라도의 스키장이 상위 20군데 중 무려 11곳이나 포함됐다. 이 중 우리가 찾을 베일(Vail) 리조트는 계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베일스키장에 손색없는 인근의 에스펜, 스노우매스, 브레큰리지, 키스톤, 스팀보트 스키장들도 있다. 이렇게 콜로라도에는 무수히 많은 스키장이 존재한다.


비행팀은 LA에서 오전 비행기로 콜로라도 덴버공항에 대부분 도착했다. 덴버는 해발 1마일 고도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마일 하이 시티’라는 별명도 얻었다. 회원들이 미리 공항에 팀별로 자동차를 예약해 놓았기에 금방 차를 픽업할 수 있었다. 덴버 한인마켓에 들려 필요한 식료품을 구비하고 2시간 정도 차를 달려 목적지 비버크릭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LA부터 먼 길을 운전해서 온 차량팀과도 반갑게 합류했다. 우리가 도착한 오후에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모인 회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 온 스키트립인데 날씨로 시야가 좋지 않다고 열정 넘치는 회원들이 쉴 리가 없다. 모두들 비버크릭에서 스키를 시작했다. 매년 하는 일이라 노하우도 있겠지만 50여 명 넘는 회원들의 동선을 잘 짜주는 집행부가 정말 고맙다. 도착하여 첫 스키를 탄 날이니 기념으로 로비에서 전체 오프닝 와인파티를 했다. 아마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스키트립을 온 것을 다른 투숙객들이 보고는 의아해 했을 것이다.


도착 3일째가 되는 30일에는 베일스키장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계속 눈이 오고 있었다. 날씨 탓에 비버크릭스키장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베일은 워낙 방대하여 시야가 안 좋은 날에 함께 스키를 타다 팀원을 놓쳐 버리면 길을 찾아 돌아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눈은 계속 내렸지만 자주 가는 맘모스스키장처럼 바람은 불지 않았다. 잘 정비된 스키장답게 좋지 않은 날씨임에도 모두 스키에 집중할 수 있었다.


#. 화창해진 날씨, 드디어 베일스키장으로 

1월 31일에는 맑고 화창한 날씨가 시작됐다. 모두들 기대하고 있던 베일스키장으로 이동하였다. 맘모스스키장 크기의 2배 정도가 되는 이 스키장은 말 그대로 광활하다. 일행과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였다. 하늘은 맑은 날씨였지만 최저 화씨 1도에 최고가 화씨 17도였다. 매우 추운 날씨였다. 우리 회원들 중에는 각 방면의 많은 인재들이 있다. 그리고 다년간 호흡을 맞춘 사이였기에 일의 나눔과 추진에 손발이 잘 맞아 들어간다. 무엇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으므로 많은 인원임에도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날씨와 우리가 갈 스키장 상태를 미리 점검한 후 알려주는 홍경기 코치의 수고도 고마웠다. 베일스키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남극으로 여행을 떠났던 이영근 회장이 도착해 있었다. 남극 날씨가 안 좋아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뜨지 않아 마음고생 좀 했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 세상 끝, 칠레 Puerto Williams에서 비행기를 탈수 있었단다. 긴 여행 끝에 LA를 거쳐 이곳으로 왔다. 남은 며칠이라도 스키를 타러 합류한 것이다. 그 열정과 패기는 골수 스키어가 아니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 슬로프와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스노우매스

2월이 시작되는 첫날에도 날씨는 계속 맑았다. 처음 도착해서 이틀 간 눈이 내린 후, 우리를 돕는지 계속해서 쾌청한 날씨였다. 어제 스키를 탔던 베일처럼 유명한 에스펜과 스노우매스스키장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운전에만 2시간이 넘는 곳이라 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놓칠 수 없는 스키장이었다. 우리회원들도 에스펜, 스노우매스 스키장을 좋아하므로 해마다 이곳을 꼭 방문했다. 두 스키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어느 해는 오전과 오후 나눠서 두 곳을 부지런히 오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스노우매스 한 곳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스키슬로프와 주변의 나무 경치가 잘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다운 스키장이다. 스노우매스스키장 정상은 11,853피트로 3,613미터이다. 리프트로 정상에 올라가 급하게 움직이면 숨이 차고 어지럽다. 고산증 증세 때문이 분명하다.


#. 북미 스키장 중 가장 높은 브레큰리지

다음날은 브레큰리지스키장을 찾았다. 지난 수년 간 항상 키스톤스키장을 방문하면서도 바로 옆에 붙은 브레큰리지스키장은 오랫만에 처음 가는 곳이다. 이 스키장은 항상 맘모스 같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춥다. 콜로라도 스키장 중에서 가장 높이 리프트가 올라간다. 12,840피트, 3,914미터까지 리프트가 서브한다. 백두산보다 1,200미터나 높은 곳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높은 스키장에서 체력이 단련되어 그런지 고소증 증세가 없어진 것도 스키 덕분이다. 수년 전에 페루관광을 가서 쿠스코도시에서 14,000피트까지 올라가는데 동행한 친구들이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토하고 산소통을 사서 마시고 한 적이 있다.


브레큰리지스키장은 옆으로 산이 여러 봉우리가 모여있고 그 밑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맘모스같이 입구가 여러 개 있어 파킹한 곳을 찾으려면 신경을 써야 된다. 스키장은 그 동안 많이 커져서 파킹랏이 멀리 떨어져 있고 거기서부터 슬로프까지 곤돌라가 운행한다. 바로 옆에 있는 키스톤스키장은 산이 뒤로 여러 개가 있어 연결되는 리프트를 잘 골라서 하산해야 된다.


#. 베일스키장에서 마지막스키…2월 말 유타트립 때 봐요!

마지막 날은 베일을 찾았다. 지난 번에 지나쳤던 슬로프를 찾아서 탔다. 베일스키장은 워낙커서 하루에 다 커버 못한다. 이틀은 부지런히 타야지 대충 스키장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눈이 온지가 4일 쯤 되니 벌써 눈질이 안 좋다. 딱딱한 얼음판에서 스키를 타니 힘도 들고 무릎에 충격이 많이 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스키를 항상 모굴(범프), 파우더, 나무 속에서만 타서 기계로 다져 놓은 슬로프는 아예 쳐다 보지도 않는다. 같이 간 회원 중에 아직 숙련이 안된 분들을 위해 시작할 때 2번 정도 같이 그룹을 이뤄 가이드 하는데 이런 스키는 하루종일 타도 땀도 안 나고 힘도 안 들고 운동도 전혀 안된다.


요번 스키를 타면서 나이는 못 속인다는 것을 실감했다. 첫날에 무려 20번이나 넘어지고 특히, 평지에서 힘이 없어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결국 스키를 풀고 간신히 일어났다. 작년에도 여름 가을에 운동 안하고 스키시즌을 무사히 잘 넘어갔다. 올해도 방심하다 첫날 톡톡히 망신당했다. 이틀째는 10번 정도 넘어가더니 그 다음날부터 완전히 제자리를 찾아서 작년 수준으로 올라와서 다행이었다. 이젠 평상시에 지상훈련을 하고 스키시즌에 나서야지 하고 단단히 결심을 했다. 


마지막날에는 계획에 없었던 클로징 ‘쫑’ 파티가 열렸다. 뉴욕에서 온 김광석 회장이 준비한 파티였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스키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했다. 처음 콜로라도에 와서 뉴욕서 스키를 가르쳤다고 스키실력이 인스트럭터 수준이라고 큰소리 치더니 우리팀이 타는 것 보곤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비버크릭리조트 식당에서 준비해 온 스시와 피자, 와인으로 콜로라도 원정의 마지막 저녁을 장식했다. 이번 콜로라도스키는 51명이 함께 한 대규모 스키트립이었지만 한 명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잘

마감했다. 뒤에서 묵묵히 애써 준 협회 제이슨 리 회장 및 임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이제 2월 말 일주일의 유타 스키트립에 다시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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