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여성 2명, 똑같은 소셜번호 '인생 꼬였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사회
로컬뉴스

한인여성 2명, 똑같은 소셜번호 '인생 꼬였다'

웹마스터

2018년 SSA로부터 똑같은 소셜번호를 발급받아 인생이 꼬인 LA 김지은씨(위 사진)과 시카고 김지은씨./ 두 김씨 제공.


LA 김지은, 시카고 김지은씨

2018년 SSA가 똑같은 소셜번호 발급

신용카드 취소, 은행계좌 거절 등 시련

SSA "아시안들 이름 비슷해 벌어진 일" 변명


연방사회보장국(SSA)의 ‘헛발질’로 LA와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인여성 2명의 인생이 꼬일대로 꼬였다. 


비운의 주인공은 LA에 사는 김지은(31·이하 LA 김씨)씨와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지은(31·이하 시카고 김씨)씨. 두 사람은 이름과 생년월일, 이름의 영문 스펠링(Jieun Kim)이 모두 똑같다. 둘 다 한국에서 태어났다. 결정적인 공통분모는 두 김씨의 '소셜번호' 이다. 두 사람이 미국으로 건너온 후 SSA는 똑같은 소셜번호를 이들에게 발급했다.


18일 NBC뉴스 심층보도에 따르면 서울 태생인 LA 김씨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교양과목을 공부하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2012년 LA로 건너왔다. 도미했을 당시 노동허가증이 있었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영주권자 한인남성과 결혼했으며 올해 들어 영주권을 신청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난 시카고 김씨는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2017년 미국땅을 밟았다.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씨는 첫해 풀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두 김씨의 불행은 2018년 시작됐다. LA 김씨는 그해 6월18일, 시카고 김씨는 7월23일 소셜카드를 각각 발급받았다. 당연히 두 사람은 소셜번호가 똑같은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셜번호를 받은지 얼마 안 돼 시카고 김씨는 체킹계좌 개설을 위해 로컬 체이스 은행 지점을 방문했는데 직원으로부터 “누군가 같은 소셜번호를 사용해 은행계좌를 오픈했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 했다. 부랴부랴 경찰, SSA, IRS등에 연락해 누군가 자신의 소셜번호를 도용했다고 신고했지만 정신없이 바쁜 생활로 인해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사전통보도 없이 투자계좌를 닫아버렸고, 2022년에는 IRS로부터 이런 저런 편지가 날아왔다. 김씨는 “팬데믹 관련 지원금을 신청한 적이 있는데 IRS는 이미 누군가 같은 소셜번호로 돈을 신청했다고 알려왔다”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1월에는 크레딧카드 계좌들도 모두 닫혔다”고 말했다. 


LA 김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은행계좌, 크레딧카드 관련 문제 등과 씨름했지만 미국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곧바로SSA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은행과 접촉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김씨는 “올해 1월말 쯤 내 소셜번호를 사용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SSA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큰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중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지난 4일 시카고 지역 체이스 은행 직원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 것을 알게 됐고, 극적으로 시카고 김씨와 문자로 연락이 닿았다”며 “결국 우리 두 사람이 똑같은 소셜번호를 가지고 있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현재 두 김씨의 개인정보와 인컴 히스토리는 합쳐진 상태이다. 

SSA기록에는 LA 김씨의 부모는 4명으로 되어 있다. LA김씨는 “로컬 SSA오피스가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 2명에게 똑같은 소셜번호가 발급돼 ‘대혼란’이 일어났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주지 않고 있어 영주권 취득이 지연되고 있다”며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SSA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시카고 김씨는 “SSA에 항의했더니 아시안들은 이름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어떤 직원은 문제를 컴퓨터 시스템 탓으로 돌렸다”고 분개했다. 


구성훈 기자 sgoo@chosundaily.com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