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책, 삶의 산책] “낙선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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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산책, 삶의 산책] “낙선을 축하합니다“

웹마스터

최석호

(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전) 어바인 시장


지난해 11월 8일은 내 일생의 전환점이 됐다. 선거 투표일이 지난지도 2주가 지났는데도 계속되고 있는 개표 중에 내 가주하원 4선 도전 결과는 승리의 희망이 점점 퇴색해 갔다. 내 광주고등학교 선배님 한 분은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낙선을 축하합니다. 이제 쉬실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사모님도 좋아 하시겠고."

 

물론 나를 위로하는 표현을 유머스럽게 한다며 한 말로 안다. 그러나, 다시 새겨보면 맞는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세상만사는 처음이 있으면 끝이 오는 게 법칙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자연의 순리에 따라 퇴진을 당한 것이다. 또 나는 하나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또 다른 새 길을 안내해 주시려나 보다' 하는 기대로 위안을 삼아야 하겠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한 시간을 허락해 주는 기회가 찾아왔다. 늘 시간표를 들여다 보고 쫓기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어젯밤부터 밖에 바람부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사는 어바인시의 산자락에 있는 집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지금도 이 계절이면 꼭 지나가는 샌타애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바람 때문에 아침 산보도 포기하고 침대에 기대고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오전 6시가 채 안된 시간이다. 정신없이 정치 일선에서 지난 24년 간을 달리던 자동차 바퀴에 펑크가 생겨서 차가 멈춰서야 할 때가 내게 다가왔다.


이제 더 못 가는 차에서 내려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당면 문제다. 목적지 수정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첫째는 마침 이 자리가 좋으니 여기서 놀고 가자, 즉, 은퇴라는 생활이다. 그러나 ‘은퇴생활’이라는 것도 내가 좋아하고 의미있는 소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남이 많이 하는 골프장의 단골손님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싼 돈 주고 크루즈선의 좁은 방 생활을 즐기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인가.


둘째, 아니면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다시 뛰어가자. 그러나 내가 향해 가던 목적지는 이미 적군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다른 목적지를 설정해서 다시 뛰자. 다른 목적지는 있다. 그 목적지로 가는 길은 전에 왔던 길보다는 순탄해 보인다. 즉, 2024년 주 상원의 자리다. 연방하원의 자리도 공석이 될 것 같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다섯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다닐 의사가 있을까도 내게 물어 봐야 할 일이다.


셋째의 방안도 있다. 가 보지 않은 새 길을 개척하는 개척의 길을 찾아 보자. 너무 많은 가능성들이 보인다. 그 중에 하나는 그 동안 내가 쌓아 온 미국 정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내 조국 한국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해 보는 방안은 어떤가?


노병은 소리없이 사라진다고 했는데 깨끗하게 공공의 자리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현명할까? 아니면 내가 사는 커뮤니티 주류사회 일선 봉사의 길에서 또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봉사하는 길을 갈 것인가?  


내 인생 멘토는 누구십니까? 이 갈림 길에서 나와 상담하고 내 갈 길을 안내해 주실분은 누구입니까? 공직생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알지만 내가 의지하고 어려울 때 상담할 만한 내 인생 상담자 혹은 진실한 친구는 누구인가 궁금하다. 내 반려자인가? 매일 기도 드리는 주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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