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팁 요청… 소비자는 '왕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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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팁 요청… 소비자는 '왕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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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LA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에 위치한 아이커피바 직원이 고객의 주문을 받고 있다. /우미정 기자



"테이크아웃도 팁 내라고?" 고객들 난감

일부 업소 최대 30% 팁 요청 눈쌀

단말기 화면에 뜨면 얼떨결에 팁 지불


#가든그로브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한(42)씨는 28일 동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4.65달러짜리 카페라떼 한잔을 주문했는데 윈도우에서 내민 직원의 아이패드 결제단말기 화면에 1달러부터 3달러까지의 팁 옵션이 표시돼 있어 얼떨결에 43%(2달러)에 달하는 팁을 지불했다. 직원 앞에서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중간값을 팁으로 지불했지만 기분이 매우 찜찜했다. 


#애너하임에 거주하는 최화순(38)씨는 카페에서 음식값을 신용카드로 지불할 때 결제 단말기 화면에 노 팁(No Tip) 또는 커스텀 팁(Custom Tip) 옵션을 찾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어 당황할 때가 있다고 한다. 또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받아보는 영수증에 18%의 팁이 자동 부과되는 경우도 있어 가급적이면 외식을 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업소들이 디지털 결제방식을 채택하면서 테이블 서비스 제공 여부와 상관 없이고객들에게 팁을 요구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업소는 고객에게 최대 30%의 팁을 요구하기도 해 소비자들의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P통신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 '플레이USA(PlayUSA)'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54%는 ‘아이패드 결제시 팁을 지불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팁을 지불할 계획이 없었던 소비자의 51%는 디지털 결제 단말기에 팁 요청 화면이 뜨면 어쩔 수 없이 팁을 지불한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더 많은 미국인들이 팁을 지불하고 있으며, 4명 중 1명 꼴로 더 높은 금액의 팁을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20%는 더 다양한 서비스 산업에 팁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에 위치한 한인 운영 '아이 커피 바(I Coffee Bar)'의 알렉스 곤잘레스 매니저는 “고객의 약 20%는 팁통(Tip Jar)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결제단말기를 통해 팁을 지불한다”며 “고객들이 내는 팁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 및 역량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고객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팁 지불 요청을 받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서비스에 대한 팁인지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슈크림 판매업소 '비어드 파파스(Beard Papa’s)'의 한 직원은 “고객이 결제단말기를 통해 지불하는 팁은 모두 단말기 서비스 차지로 빠진다”며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팁은 고객들이 팁통에 넣은 현금 뿐”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 마당몰에 위치한 '펠리카나 치킨(Pelicana Chicken)'에서 일하는 카이 이씨는 “매장 내 투고 스크린을 통해 주문하는 경우 고객들은 팁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종종 스크린 사용법을 몰라 직원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직원을 의식한 탓인지 팁을 내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핏 스몰 비즈니스(Fit Small Business) 리테일 분석가인 메리 킹은 “전통적으로 현금만 취급해온 많은 비즈니스들이 클라우드 기반의 POS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팬데믹 기간 팁에 대한 기대치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체 팁 프로세스가 있는 온라인 주문도 마찬가지다. 


코넬대의 소비자 행동분석 교수인 마이클 린은 “팬데믹 기간 많은 업소들이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어 팁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더 관대해졌다”며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장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더 많은 팁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기업 중 하나인 스퀘어(Square)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내 식당 팁은 전년동기 대비 25.3% 증가했으며, 패스트푸드점 팁은 16.7% 늘었다. 


한편 팬데믹 기간 많은 비즈니스 업주들이 직원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 많은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채용공고에 팁을 인센티브로 내걸었던 점도 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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