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신호등’없는 미래의 도시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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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신호등’없는 미래의 도시로(2)

웹마스터

이보영

한진해운 전 미주지역본부장


호수 위를 뒤덮은 수 많은 조류떼가 하늘로 새카맣게 날아 오르면서 방향을 위로 아래로 자유롭게 바꾸어도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기 길을 날아가는 원리는 무엇일까? 동굴 속에 빽빽하게 매달려 있던 박쥐떼가 저녁이면 좁은 동굴 출구를 동시다발로 빠져 나오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유롭게 비행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바닷 속에 작은 물고기떼들이 상어나 돌고래에 쫓기면서도 적(賊)에게 크게 보이려고 큰 뭉치를 이루며 유영하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는 그들의 비결도 참으로 궁금하다.


필자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물류 관련 업무로 중국의 항구도시인 상하이로 출장을 자주 다녀왔다. 당시 상해 거리엔 신호등이 없었다. 차선도 없는 도로에 대부분 낡은 노후차량들이 붐비고 있었다. 교차로에선 배짱좋게 차머리를 먼저 내미는 운전자가 우선이었다. 양보나 질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곡예 운전장이었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신호등 없는 도시에서 신호등의 필요성을 그때 절감했다.


최초의 교통신호등(Traffic Signals)은 1868년 영국의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되었다. 당시엔 전기가 아닌 ‘개스랜턴 신호등(Gas-lit Light)’ 이었는데, 대낮엔 밝은 햇빛 때문에 흐리게 보였고, 자주 오류도 발생했다고 한다.


전기신호등은 1914년에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최초로 설치되었다. 당시 교통경찰관이던 ‘레스터 와이어(Lester Wire)’는 증가하는 교통량과 차량속도가 빨라지자,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일정 구간마다 신호등을 설치해서 교통량을 분산하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신호등은 빨간색 단일등으로 불이 켜지면 정지(Stop), 꺼지면 출발(Proceed)하는 방식이었다. 그 당시로선 대단한 교통혁명이었다.


3색 교통신호등(빨강, 파랑, 노랑)은 1920년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교통신호등은 컴퓨터 전자식으로 발전했다. 교통량의 시간대별 증감, 종횡의 차량 흐름, 속도, 날씨의 변화 등을 컴퓨터가 모니터링하여 자동조절하는 방식이었다.


1990년부터는 신호등에 센서(Sensor)와 타이머(Timer)를 부착해 교차로 차량의 흐름을 조절하고, 보행자의

횡단안전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향신호기 장치가 부착되고, 횡단도로 바닥에 페인트 도색을 표면보다 높게 칠해 지팡이로 횡단보도와 차도를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근 학교 주변 교차로 횡단보도엔 ‘바닥형 보행 신호등’이 증설되고 있다. 신호등 색갈이 횡단보도에 LED 발광반사체로 비치어 어린이나 휴대폰을 보며 걷는 횡단자들이 신호등을 쳐다보지 않고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운전자가 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운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신형 차량들은 센서(Short Range Radar)와 네비게이션 시스템(GPS), 및 블랙박스가 갖추어져 있다. 차량 위에서 360도로 내려다 보는 영상 스크린으로 운전환경도, 파킹도 쉬워졌고, 집 안에서 파킹장에 있는 차량의 시동을 걸수 있고, 운전 중에 집 안의 가전제품들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차량의 시스템이 목표를 찾아가며 안전을 책임지는 시대가 되었다. 


엄청난 조류떼나 물고기떼의 세계에는 ‘신호등’ 이 존재하지 않아도 충돌사고가 없다. 그들은 ‘초음파 감지능력(Ultrasound Detection ability)’을 통해 자유롭게 비행과 유영을 하는 것이다. ‘초음파 감지시스템(USS)’이 차량의 통신시스템에 첨가된다면 차량도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카네기 멜론대학 연구팀은 지난 수 년 간 차량들 간 통신시스템에 초음파 감지센서를 부착해 차량들끼리 실시간 제어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시간에도 교차로엔, 파란 신호를 받은 차량들은 신나게 달려 나가고, 빨간 신호등 앞에는 강제 정지명령을 받은 긴 행렬들이 삶의 시간에 쫓기는 ‘집단 스트레스(Group Stress)’에 쌓여 있다. 머지않아 신호등 없는 미래의 도시, 교차로에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 집단 스트레스 없는 거리를 연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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