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많은 검사를 해도 병이 발견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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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많은 검사를 해도 병이 발견되지 않을 때

웹마스터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UCLA나 스탠포드에서 근무하다 보면 2차 소견만이 아니라 3차, 4차 의사소견을 받으러 오는 분들을 진료하게 된다. 레지던트, 펠로우 신분으로는 당연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환자의 기대치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감히 다른 이전 의사들보다 잘 알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환자를 일단 보고 지도교수님께 보고드리니 “모든 해답은 환자가 갖고 있다”라며 나를 환자에게 다시 돌려 보내셨다. 그 후 환자와 더 많은 대화를 하다 보니 해답이 보였고 정확한 치료를 해드린 적이 있다. 그때, 그런 가르침 덕분에 병보다는 환자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오피스에 75세 아버님이 찾아오셨다. 2008년부터 UCLA와 씨더스-사이나이를 포함한 근처 대학병원에서 하신 산더미같은 검사기록을 나에게 보여주시며 '배가 오랫동안 아파왔는데 낫질 않는다'고 하셨다. 그때 예전 교수님의 말을 떠올리며 환자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건네 받은 기록은 일단 옆으로 미뤄두고 환자의 증상을 집요하게 물었다. 배를 눌러보고 청진기로 들어보니 위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후에 환자가 준 기록들을 살펴보니 장상피화생이라는 위암 전단계임을 발견하고 설명드렸다. 그리고 여태 어떻게 약을 드시고 계신지도 여쭤보니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드시지 않고 계신 것을 찾아 내 제대로 알려드렸다. 그리고 2주 후 재방문하셨을 때 많이 좋아져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이 스토리처럼 만약 독자들 중에 오랫동안 앓고 있던 병이 있다면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방법보다는 본인의 증상을 여러 형용사를 사용해 설명하고, 어떤 때 좋아지고 나빠지는지 등의 상세한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해 줄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들도 상세히 어떻게 복용하고 얼마나 오래 복용했는지도 알려주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위 환자의 케이스를 보더라도, 많은 검사를 받았지만 진단결과를 여쭤보니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셨다. 물론 의학용어로 결과들이 나왔고, 영어로 들으셔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점도 있으셨겠지만, 소통이 어려웠던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의학용어를 풀이해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이 되어야 현재 검사결과는 어떻게 나왔고, 다음 검사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해를 하게 된다. 이런 소통이 무너질 때, 환자는 '또 다른 검사를 다른 전문의에게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의학의 문제점은 너무 알고리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정 증상이 있다면, 이런 검사를 해야하고,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알고리즘에만 취해 있는 의학이 아니라, 생물학, 병리학, 해부학 등의 학문을 기반으로 환자와 소통하며 환자의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에 귀 기울이다 보면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이 설 것이라고 믿는다.  문의 (213) 38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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