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로버트 슐러와 거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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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로버트 슐러와 거창고등학교

웹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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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쉐어USA 대표 

   

지난 11월에 고향에 있는 거창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짧은 여정에서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나름대로 뜻이 있는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티 수리남에서 학교를 돕는데 장차 교육·선교 프로그램의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학교는 작고 소박했다.

   

교장과 교감 선생님을 만나 의미있는 대화를 했다. 아이티와 수리남 교육 및 선교 현황을 설명하고 아이티와 수리남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목사님들을 위한 연수계획도 의논했다. 학교 측의 입장이나 외국 목사님들 연수프로그램 한계도 들었다. 나오는 길에 학교 채플을 돌아보며 감동이 차올랐다. 

   

학교 채플에서는 학생들이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교사들의 봉급을 문교부에서 지원받는다. 그래서 사립학교라도 재단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래서 기독교재단도 신앙적 색채를 띠기 어렵다. 그런데 거창고는 활발하게 예배드린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를 드린단다. 뜨거운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이 뜨거웠다. 

   

예배 준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급히 나오는 길에 채플 뒷벽에 붙어 있는 직업선택의 10계명을 보았다. 거창고의 교육이념이 담겨 있는 직업선택의 10계명 중 일부를 소개한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놀라운 교육이념이다. 이 직업선택 10계명을 당당히 걸어 놓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가 부러웠다. 이런 직업선택의 기준은 신학교에서 공론화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다 좋은 군인이나 애국자가 되지 않는 것처럼 거창고 출신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거창고는 훌륭하다. 

   

1995년 카투사 목사로 용산에 근무할 때 한국을 방문하신 로버트 슐러 목사님을 만났다. 동두천에 근무하는 조카를 만나고 종교휴양소에서 군종목사들을 격려하시는 시간이었다. 유일하게 참석한 한국군 군종목사인 나에게 관심을 보이셔서 잠시 대화하며 거창고 얘기를 나눴다. 로버트 슐러 목사님은 모든 일정을 접어 두고 거창고를 방문하고 싶어했다. 목사님의 의지가 너무 강해 수행원들과 미 8군 군종참모부가 만류하느라 혼났었다.

   

로버트 슐러 목사님은 신학교 시절 유학생이었던 전영창 교장님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6.25 직후 황폐한 조국을 살리기 위해 귀국하는 친구를 축복하였다. 친구가 어느 대학교 부총장직을 사양하고 시골 거창고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하자 거창고 건축을 위해 1960년대에 13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셨다. 로버트 슐러가 헌물한 건물이 아직도 우뚝 서 있다.   

   

거창고 정문을 나오는데 28여 년 전 만났던 로버트 슐러 목사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시절 한국이라는 나라조차도 모르는 성도들을 설득해 성금을 보내고 최신식 시설의 학교를 지어 주신 그 마음과 삶이 부러웠다. 최고를 나누는 그 마음이 선교의 정신이라고 믿는다. 아이티 학교를 건축 중이다. 로버트 슐러에 비해 한 없이 부끄럽다. 오늘 우리의 나눔도 훗날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전해지는 선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맘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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