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책, 삶의 산책] 사공 많은 미국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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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산책, 삶의 산책] 사공 많은 미국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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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석 호 

전 가주하원의원

전 어바인 시장


100년에 한 번 보는 구경거리를 보셨습니까? 

많은 독자분들은 신문, 방송 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정부의 118번 째 회기의 하원의장(한국으로 치면 국회의장)을 뽑는 내용을 봤을 것이다. 지난 7일 새벽 1시40분까지 무려 나흘 동안 15번의 투표를 하고서야 간신히 뽑은 미국 역사상 100년 만에 처음 일어난 희귀한 사건을 말이다.


100년 만의 ‘구경’이라는 것은 1923년에도 프레더릭 질렛(Frederick Gillett)을 의장으로 뽑을 때도 9번의 투표를 거쳤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를 조금 살펴보니 이번의 15차례 투표를 거쳐 의장을 뽑은 것은 약관이었다. 1859년에는 44번의 투표가 필요했고, 1849년에는 63차례, 거기에 1855년에는 무려 133번에 걸친 투표를 거쳐서 스피커를 선출한 기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파고 들려면 이 지면을 통해서는 적당치 않을 것 같으니 그냥 넘어 가겠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이런 “재미있는 역사적인 장면”을 나도 놓칠 수가 없어서 지난 1월 6일 두어 시간 국회안의 투표장면 실시간 중계를 구경했다.


구경하는 동안에 떠오르는 몇 가지 관점과 질문들을 열거해 보자면,  

(1) 왜 투표자들을 신임 국회의원이라 하지 않고 ‘당선자’ 라고 부르고 있는가?

(2) 나중에야  알고 보니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선서식을 못 해서라고? 참 이상한 규정 아닌가?

(3) 어떻게 ‘국회의원’이 아직 안 된 상태에서 ‘국회의장’을 뽑을 수가 있는가? 선서식을 아직 안 했으니 ‘평민’이 아닌가?

(4) 왜 15차례에 걸쳐서 치른 투표 때마다 43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내가 지켜보니 투표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구두로 소리질러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정답은 간단하다. “그게 전통이고 정해진 규칙이니까” 라고 대답하면 할 말이 없다. 그게 사실이다. 다만 내 의견을 수식어로 더해 보는 것이다. 


왜 ‘당선자’님들을 먼저 선서를 시켜서 ‘의원’님으로 모신 다음에 ‘의장’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선이 되어서 첫날 등원을 했으니 대법원 판사님을 한 분 모셔서 선서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대통령이나 부통령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스피커가 선출된 다음에야 의원 선서식을 한다니, 따지고 보면 국회의원 아닌 ‘평민’들이 국회의장을 뽑는다는 얘기인가? 이게 법률적으로 타당한가? 그러나 국회의원들에게는 법이 따로 없다. 자기들의 관습이 법이다. 누구 하나도 법률적으로 따질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많은 435명을 하나 하나 호명해 가면서 투표를 꼭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국회에 전자투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대도 왜 그 많은 시간을 들여 호명을 한단 말인가? 그게 ‘전통이니까’라는 같은 대답을 들으면 할 말은 없지만 답답하기 그지 없다. 


캐빈 매카시가 왜 그렇게 전체 공화당의 지지를 못 얻은 데는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쉽게 말해서 극우파들이 보기에 그는 너무 중도파라는 이유가 중점적이었다. 마음에 안들면 쉽게 갈아 치울 수 있도록 의원 한 명 만으로도 의장 해임안을 건의할 수 있도록 양보를 얻어내기까지 싸운 것이다.


원래는 435명의 과반수인 218표를 얻어야 스피커에 당선에 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6명의 공화당 당선자가 기권(Present)을 해서 2표 모자란 216표를 얻고도 당선이 되었다. 어떻게 기권자가 나온다고 과반수 수가 줄어 드는지는 논리적으로 잘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게 그분들의 ‘관습’이고 계산이다. 공화당의 6명은 끝까지 반대표를 못 던지고 기권함으로써 그가 당선되도록 ‘양보’ 아닌 양보를 해 준 셈이다. 


그러나 아찔했던 것은 너무 많은 공화당원이 찬성 아닌 기권표를 던졌다면 100% 단결해서 212표를 얻은 민주당 소수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NY)가 당선됐을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공화당에 속한 내 자신이 경험한 것이나 연방 하원의장 선출과정에서 보았 듯이 공화당은 개인 주장이 뚜렷해서 당보다는 개인 주장을 앞세우는 경향이 많아서 이런 100년 만의 ‘쇼’를 국민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우리말 표현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듯이 이번에도 그럴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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