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대 충청향우회는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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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대 충청향우회는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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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향우회 31대 이은지 회장이 사무엘 서 전 회장으로부터 깃발을 건네받고 있다. 아래 사진은 31대 이정희 회장이 박형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   /이은지 회장 충청향우회· 이정희 회장 충청향우회 제공   


이은지 회장 "장학사업에 중점"

이정희 회장 "30주년 행사할 것"

"통합하면 좋겠지만 각자

봉사경쟁도 나쁠 건 없어"


올해 충청향우회를 새로 찾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겠다. 충청남도와 충청북도의 차이가 아니다. '이은지 회장의 충청향우회'와 '이정희 회장의 충청향우회'를 구별해야 한다. 충청향우회가 31대 회장체제에서 각자 취임식을 갖고 둘로 나뉜 탓이다.   


이은지 회장의 충청향우회는 지난 3일 가든스위트호텔에서 취임식을 했다. 이정희 회장의 충청향우회도 이틀 뒤인 5일 아로마센터 뱅큇홀에서 별도의 취임식을 가졌다. 차례로 취임식을 하고 1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두 회장 모두 기자와 전화통화에서는 "창피한 일이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 


1993년 출범한 이래 고향의 화상환자들을 초청해 슈라이너아동병원과 협력해 치료를 해 주는 등 모범단체로 소문났던 충청향우회였기에 이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마음은 무겁다. "먼 미국까지 와서 고향사람들끼리 소통하고 화합하지 못하고 도대체 뭐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많다.  


지난 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충청향우회 내분은 정관에 정한 '회원자격'과 '임원선거'에 대한 견해와 관습 차이에서 비롯한다. 충청향우회 정관에 따르면 회원은 '남가주에 거주하는 충청남북도와 대전광역시의 출신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이은지 회장은 어머니 고향이 충남 천안이라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정희 회장은 자신은 고향이 서울인데다 부모는 강원도 출신이다. 그런데, 이정희 회장을 지지하는 쪽(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정희 회장은 남편이 충남 예산 사람이라 한국 호적법에 따르면 가본적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임원선거 부문의 문제는 이렇다. 충청향우회는 남도와 북도 출신에서 번갈아 회장을 낸다. 회장을 맡지 않을 때에는 다른 쪽에서 수석부회장을 내, 함께 일을 도모하고 차기엔 수석부회장이 자동으로 회장에 오른다. 이 역시 정관에 정한 내용으로 지난 30년 간 변함없이 잘 지켜져 왔다. 


이에 따르면, 2021년 12월 수석부회장으로 선출됐던 이정희 현 회장 차례가 맞다. 그런데 정관 상, 지금의 이정희 회장은 수석부회장 선출 훨씬 이전부터 '회원자격'이 문제가 된다. 이를 30대 회장을 지낸 사무엘 서 전 회장이 1년 전 취임 때부터 문제삼았고 이사회에 수차례 정관수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일을 해야 하는 서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임시총회를 열어 이은지씨를 수석부회장으로 지명해 활동했다. 어쨌든 이은지씨도 수석부회장을 했으니 자동 회장이 당연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정희 회장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정희 회장은 오래 전부터 충청향우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비도 내고 부회장으로까지 활동을 해왔다. 이은지 회장이나 이정희 회장이나 "창피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게 거짓이 아닐 일이다. 


이에 대해 사무엘 서 전 회장은 "이정희씨 입장에서도 생각해 봤고, 정관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을 거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어긋나는 일이 있을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 정관이다. 잘 못된 것을 계속 고집한다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은지 회장은 "31대 회장 정통성을 위임받은 만큼 회장직을 잘 수행하겠다. 필요하다면 정관개정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지 회장은 또 "2세들을 위한 실질적인 장학사업을 필두로 단체가 잘 운영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회장도 "임기 동안 일을 잘 해서 충청향우회가 좋은 단체라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며 "충청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있는 양로원 방문, 충청향우회 30주년 기념음악회인 '충청인의 밤', 갤러리 웨스턴에서 충청출신 작가들 전시회, 기금마련 골프대회 등을 잘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희 회장은 정관개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봉사에만 열중하겠다고 말했다.  

 

충청향우회 내분을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언제적 '원조곰탕' 논쟁이냐"는 비아냥이 많다. 그러면서도 "힘을 모아 하나가 되면 더 좋겠지만 당장은 골이 깊어 보인다. 애써 물리적 통합을 하기 보다는 각자 단체를 잘 이끄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들 말한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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