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책, 삶의 산책] 은퇴자의 여유를 맛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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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산책, 삶의 산책] 은퇴자의 여유를 맛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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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석호(왼쪽) 전 가주하원의원이 아들 가족과 모처럼 주말 산행을 하던 중 여유롭게 기념촬영을 했다.  /최석호 전 가주하원의원


최석호 

(전) 가주하원의원 (전) 어바인 시장


내가 사는 어바인과 그 주변에 등산할 수 있는 자연환경들이 널려 있다는 것은 잘 알고 또 남에게 까지 자랑은 해 왔으나 내가 막상 그 혜택을 즐겨 보지 못하고 어바인에 30년간을 살다가 한 토요일 큰 맘 먹고 아들네 식구와 같이 Black Star Canyon이라는 곳에 등산을 하는 곳에 따라 가도록 공원과 산을 관리하는 OC Par Conservancy 라는 곳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등록을 마치고 아침 일찍 집합장소에 도착했다. 정치일선 후퇴가 주는 선물이다.


일기예보에 최고 온도가 62도에 46도로 나타나는 낮은 온도였다. 아침 8시까지 모이라니 걷다 보면 몸이 더워지겠지만 모이는 시간에는 상당히 추울 것이 예상되어 걱정이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에 입어도 되는 두꺼운 자켓을 준비하고 더우면 벗어서 넣을 백팩까지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보니 바람없는 햇볕이 따스하게 까지 느껴져서 두꺼운 자켓은 차에 두고 덜 두꺼운 것으로 대체했다. 


20명으로 제한된 등산객들이 시간에 맞춰 모두 도착했다. 3.5마일의 거리를 두 시간의 계획으로 걷는다는 일정이었다. 안내 책임자 한 명과 3, 4 명으로 보이는 안내 자원봉사자들이 동행하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 준다. 


떠난지 얼마 안 되어 한꺼번에 나타난 코요티떼를 한쪽 산에서 발견하고 모두 발을 멈추고 구경했다.  또 도중에 수없이 많이 나타나는 짐승 발자국을 발견하고 무슨 짐승의 발자국일 거라는 의견들을 사람들이 교환하기도 했다. 안내자가 길가의 초목 이름들을 대며 설명하며 냄새도 맡아 보는 것을 보고 우리도 따라서 이파리 냄새를 맡아 보기도 했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아주 평평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아주 쉬운 코스였다. 등산 가파르기 등급 1에서 5 사이의 2등급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가파른 언덕을 기대했다가 ‘실망’ 할 정도로 너무 평탄한 길이었다. 다만 자연길이 되다보니 돌 자갈이 많아서 조심이 필요했다. 또한 비가 오면 흐르는 마른 개울을 두어개 정도 건너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산의 경치는 그런대로 볼만 했고 한편에 선 가파른 절벽은 유명한 브라스 캐년의 흥내를 조금 내고 있어서 더욱 볼만했다.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야외에 나와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행복했다. 며느리가 내 아들의 팔장을 끼고 앞서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짝을 찾으려고 2년 가까이 헤매지 않았던가! 


한 시간 가량 걷다가 안내자가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뒤 돌아섰다. 조금 더 갈 수 있는 에너지는 참여자 모두에게 남아 있는 것 같았으나 어느 한 사람 불평하지 않고 모두 뒤로 돌아섰다. 돌아가는 길은 구경보다는 걷느데만 신경써서 걸은 덕분에 가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도착했다. 모두들 인사도 끝말도 없이 각자 자기들의 차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겨우 아침 10시 밖에 안된 시간이었으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별천지에 다녀온 것 같다. 우리도 차를 돌려 오던 길에 아침도 안 먹고 왔다는 며느리를 위해 한 식당에 들렀다. 마침 브런치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돈네 부부를 불러내어 내 선거 후에 처음으로 만나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눴다.


마침 내 처는고등학교 송년회에 간다며 함께 자리를 못해 아쉬었으나 식구와 함께 토요일의 아침시간을 즐긴다는 것이 행복한 순간으로 여겨졌다. 정치한다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런 시간을 가져보지 못 하다가 가까운 식구와 행복을 만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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