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세월의 무게를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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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세월의 무게를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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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쉐어USA 대표

 


수년 전부터 고국방문 기간에 반드시 어머님과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부터는 어머님의 희망사항(Wish list)을 이행하며 어머님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어머님의 희망사항은 어머님 추억 여행이었다. 어머님 고향마을도 방문하고 어머님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올해 어머님의 희망사항은 요양 병원에 입원중인 친구 권사님을 찾아뵙는 것이었다. 같은 교회를 섬기며 두 분은 온 교회가 알아주는 절친 이셨다.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보내며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공유하셨다. 두 분이 함께 지내시다가 수년전 권사님이 귀향하셔서 전화로 화상통화로 소통하는 사이다. 

   

얼마 전 권사님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에 입원하셨다. 어머님은 권사님의 입원을 무척 아파하셨다. 그 요양원 방문을 방문해 권사님 뵙는 것이 원하셨다. 그래서 희망사항을 묻자마자 요양병원에 가자고 말씀하신 것이다. 

   

요양원 방문을 계획한 시간부터 어머님은 흥분하셨다. 며칠을 조바심으로 기다리셨고 당일 아침, 새벽부터 분주하셨다. 일찍이 목욕 하시고 별식도 준비하시고 봉투도 준비하셨다. 도착해서 방문자 등록을 하고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에 어머님은 몇 번씩 시계를 보셨다.   

   

드디어 면회실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타신 권사님께서 나오셨다. 두 분은 이산가족 재회하듯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셨다. 서로 자녀들 소식을 일일이 확인하시며 안부를 나누셨다. 서로 놀리시며 농담도 하셨다. 소녀처럼 깔깔대며 웃으셨다. 영락없는 소녀들이었다. 요양병원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분의 대화가 건강문제로 옮겨가자 분위기는 급랭했다. 권사님께서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모르셨다며 눈물을 지으셨고, 어머님은 연신 위로하셨다. 어머님도 약해지신 자신의 무릎과 허리를 자랑(?)하셨다. 권사님이 요양원 생활을 설명하실 때 어머님은 눈물지으셨다. 그러다가 천국 갈 준비 잘 하자고 하셨다. 

   

요양병원을 나와 자동차를 타신 후 어머님은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간간히 깊은 한숨을 토하셨고 눈물도 훔치셨다. 그리고 요양원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하신다. 어머님은 요양원에 갇혀(?)있는 친구가 안타깝고, 늙어가는 어머님 자신의 세월이 서러우신 듯했다. 더욱이 친구의 약해지신 모습에 충격을 받으신 듯하다. 몸과 맘이 약해지신 어머님이 안쓰럽다. 

   

고국방문 때마다 뵙는 어머님은 해마다 약해지신다.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나이를 먹어도 이런저런 일로 어머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불효자이지만 세월의 무게에 약해지신 어머님을 보는 것은 참 아프다. 타국을 떠도는 불효자라 더욱 그렇다. 천하를 호령하던 여장부가 세월의 무게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머님과 권사님의 대화 결론이 천국 갈 길을 잘 준비하자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두 분이 믿음으로 삶을 마무리하기를 기도한다. 나의 세월도 속도와 무게를 느낀다. 2022년도 저물어 간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가야할 길을 살피고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 사도 바울이 세월을 아끼라고 권면한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며 2022년의 마지막 달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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