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대학망국론 재론 - Caltech이나 Georgiatech이 하루 아침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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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대학망국론 재론 - Caltech이나 Georgiatech이 하루 아침에 되나?

웹마스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한때 대학 망국론이 회자되었다. 소 팔아 논 팔아 자식놈을 대학에 보내봤자 취직이 되나 농촌만 황폐해지는 현실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정원의 10배씩 학생을 뽑는 곳도 있어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대학이 위기다. 정원을 못 채우니 경영이 어렵고 몇 년 못가서 결국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을 형편이다. 등록금은 묶여 있는데 재단의 지원도 끊기니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중국 유학생을 받아서 근근이 연명해 오던 많은 대학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외국 유학생조차 격감하고 있으니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일부 지방대학의 경우 중국 등 외국 유학생에게 visa장사를 해오던 실상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국에 와서 한 학기 등록을 한 뒤 어디론가 사라지는 유학생들이 매우 많았다. 지방 전문대학에 유학을 온 여학생이 서울의 어느 일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공부가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 유학을 온 이들이다. 


많은 대학은 사실 유학생을 수용할 준비가 미흡하였다. 유학온 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매우 부족하였고, 대학 안에는 중국 유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중국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부터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는 입학생 유치를 위해 인접 고등학교 고3 담임에게 공공연히 로비해 왔다. 지원한 학생 수에 따라 한 사람 당 30만원에서 50만원 커미션을 지급하는 대학들도 생겨났다. 


한때 서울공대는 이 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KAIST를 비롯해서 Postech이 연구중심 특화된 대학으로 경쟁을 벌이더니 어느새 전국 곳곳에 KAIST와 유사한 대학들이 여러 개 난립돼 있다. 울산의 UNIST, 광주의 GIST, 대구의 Dgist 등 지역 균형 발전이란 이름 하에 교육과 연구 역량을 분산시키는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펴왔다. 연구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교육부 정책은 훼방꾼이나 다름없었다. 


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 의과대학이 몇 개인 줄 아는가? 무려 40개 대학에 의대가 설치돼 있다. 지역의 의료 보건인력을 양성한다는 그럴 법한 취지지만 그건 말뿐이다. 지방대를 나왔다고 한지(限地)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엔 서울 등 대도시로 나와서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 돈 잘 버는 분야로 진출한다. 의료교육의 부실함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임상병리학 교수를 단 한 사람도 확보하지 못한 의대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의료인력의 장기수급을 고려해서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 의대를 신설할 게 아니라, 교육역량을 갖춘 기존 의대에 정원을 늘려주는 게 맞다.

 

대학난립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포스코가 운영해 온 포항공대Postech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범했지만 설립한 지 35년만에 연구비가 부족해서 국가에 기부체납을 검토 중이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과학기술대학은 통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런 판국에 전남 나주에 2022년에 또 하나의 대학이 문을 연다. 무슨 Kentech이라고 한다(tech만 붙이면 Caltech처럼 되나?). 에너지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게 될 한전공대가 그것이다. 운영주체인 한국전력도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 운영재원을 어찌 할 것인가? 많은 지방대학들이 소멸해 간다고 아우성인데 새로 또 대학을 신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만들어야 한다나? 이렇게 하여 문 대통령도 그 많은 대선공약 중 실천한 게 두 건이 되었다. ①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만든 것과 ②한전공대 신설이 그것이다. 천상천하 이런 정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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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는: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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