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수필로 쓴 세상] 오늘의 운세
이정아
수필가
가끔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본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오늘의 운세를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오늘의 운세만큼 장수하는 연재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읽는 이가 많다는 소리일 터. 크리스천인 나는 오늘의 운세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 읽지는 않는다. 물론 매일 찾아읽지도 않는다. 어쩌다 그 난을 보게 되면 읽는다. 오늘은 영명하신 처녀 철학 관장님이 뭐라고 뻔한 말씀을 하셨나 하며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나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위안을 얻고 싶거나, 단순히 재미로 운세를 보기도 한다. 요즘엔 삶의 방향을 잡기 막막한 MZ세대가 별자리 운세나 타로점등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들었다. 불확실한 현실에 기댈 곳을 찾다가 흥미를 갖게 되었나 보다.
오늘자 신문에 난 운세를 보니 <43년 재테크에 관심이 늘어나네 55년 추진 중인 일은 그대로 밀고 나갈 것 67년 다방면에 기회가 올 수도 79년 동료와의 불화로 하자가 발생되고> 이렇게 쓰여있다. 오늘의 운세는 구체적이지 않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소리이다. 운세가 아니라 어른의 당부 정도이다. 우습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90이 훨씬 넘으신 1930년대 출생하신 분들은 대신 봐드리려 해도 없다. 늙어서 세상 다 살았으니 운세를 볼 필요 없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오늘의 운세 없이도 스스로 운명을 다스릴 내공에 이르렀다는 뜻인가?
이곳에 사는 동창 하나가 한국 방문 시 대학로의 한 점 집에서 본 점이 용하다고 감탄에 감탄을 했다. 그녀가 그렇게 감탄을 하고 전적인 신뢰를 하는 걸 보니 아마도 제 삶을 잘 맞춘 모양이었다. 그녀는 올여름휴가를 내어 한국에 나간다고 한다. 말을 들어보니 그 점 집에 또 가려는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정신과 의사이다.
동창들이 모이면 온갖 카운슬링은 도맡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일은 풀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상담한답시고 점 집에서 줄줄이 자기 이야기 다 늘어놓았겠지. 가끔 동창들이 모였을 때 우리들은 그 친구 앞에서 이 고민 저 고민을 털어놓는다. 친구에게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그 친구는 특별한 처방 없이 잘 듣기만 한다. 옆의 친구들도 남의 사생활이 궁금하니 경청을 하다가 맞장구치다가 하면 의사의 입을 통하지 않아도 저절로 결론이 유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제 속내를 후련히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치료가 되고, 결국은 자신이 치료를 하는 셈이다.
연말연시엔 하루 운세뿐 아니라 일 년 치 새해 토정비결도 나온다. 오늘의 운세와 별 다를 게 없는 게, 물가에 가지 말라거나 사람조심 문서조심하라는 하나마나한 조언이 대부분이다. 어느 날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별자리 운세와 아날로그 세대를 위한 띠별 운세가 동시에 뜬다. 한국의 날짜와 이곳의 날짜가 시차가 있어 두 번씩 뜨기도 한다. 어느 날엔 운세가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 너무 섭섭해말고 신문사에 전화 걸지도 말자. (우리 집엔 바둑해설이 빠지면 전화를 거는 이가 있다.) 운세에 재미 이상의 의미를 두어 연연하면 운세가 인생을 좌지우지할지 모른다.
새해라는 시간은 다시 성장하고 성숙해질 기회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인생의 방향을 재정비 하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일이 마지막 날 이듯 간절히 성실히 살다보면 인생은 잘 풀리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