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지방간, 몇 주만에 치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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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지방간, 몇 주만에 치료 가능하다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NAFLD)은 더 이상 간 질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성인의 약 4분의 1이 이미 지방간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비만·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대사질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지방간은 ‘되돌릴 수 있는 질환’이다. 간은 놀라운 재생력을 가진 기관이며, 올바른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수 주 안에 회복의 신호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과당(fructose)이다. 설탕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과당은 간으로 직접 흡수되어 지방으로 전환된다. 특히 음료나 가공식품 형태로 섭취되는 과당은 섬유질 없이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렙틴 호르몬의 정상작용을 방해해 과식을 부추긴다. 미국 임상영양학저널(AJCN)에 따르면, 단 7일간의 고과당 식단만으로도 간의 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다. 따라서 지방간 회복의 첫 단계는 단순하다 — 설탕이 든 모든 음료를 끊는 것이다. ‘천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과일주스, 스포츠 음료, 심지어 건강음료로 포장된 제품들까지 예외는 아니다.


식습관의 핵심은 단백질이다. 하루 첫 식사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과식 욕구를 줄인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세 끼 중 식사마다 25~35g의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크고, 간 내 지방 감소 속도도 빨랐다. 체중의 단 5%만 감량해도 간 지방이 줄어들며, 7% 이상 감량 시 염증성 지방간(NASH)이 사라지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방의 종류’다. 포화지방이 많은 붉은 고기, 버터, 튀긴 음식, 아이스크림은 간 내 지방 축적을 가속한다. 반면, 올리브유·견과류·생선·아보카도 등 불포화 지방은 간 기능을 보호한다. 실제로 인체 실험에서 7주간 포화지방이 많은 팜유를 섭취한 그룹은 간 지방이 급격히 늘었지만, 불포화지방이 많은 해바라기유를 섭취한 그룹은 간에 손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근육량이 증가했다.


또 한 가지 오해는 ‘탄수화물은 모두 나쁘다’는 생각이다. 탄수화물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이다. 흰쌀, 흰빵, 감자튀김, 가공 시리얼처럼 혈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은 피하고, 콩류·채소·통곡물처럼 혈당지수가 낮은 천연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완전한 저탄수화물 식단이 아니더라도, 이런 선택만으로도 간의 대사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생활습관의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은 간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지방 연소를 촉진한다. 여기에 금주를 병행하면 회복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보충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은 간 효소 수치를 낮추고 간 지방을 줄이며, 비타민 E(800 IU/일)는 진행된 지방간 환자에서 염증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만 비타민 E는 고용량 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콜린 역시 간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달걀노른자·생선·유제품·브로콜리 등에서 섭취할 수 있다.


지방간은 침묵의 질병이다. 피로, 소화불량 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결국 간경변과 간암의 문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기 개입은 간의 재생 능력을 최대치로 살린다. 설탕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고, 지방의 질을 바꾸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자.


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그 변화는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시작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되돌릴 시간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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