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북(北)으로 가는 ‘뱃길’부터 복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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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북(北)으로 가는 ‘뱃길’부터 복원했으면

웹마스터

이보영 

민주평통 통일전략 전문위원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미주지역)’가 지난 9일부터 3박4일간 서울에서 열렸다. 마지막날은 강화도의 최북단에 자리한 ‘평화전망대’를 다녀왔다. 북녁땅이 보이는 언덕 위에 현대식 건축물을 세웠고, 그 입구에는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 라고 쓰여 있었다. ‘제적봉(制敵峰)’은 우리의 해병 제2사단이 강화섬을 지키면서 “적을 제압한다” 는 의미로 명명했다고 한다.


평화전망대의 바로 아래가 바다라고는 하지만, 마치 남과 북 사이를 흐르는 넓은 강처럼 보였다. 한반도의 중서부 내륙을 관통하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치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예성강이 합류하는 강화만이다.

예성강은 개성시를 스쳐 남쪽으로 흐르는 강으로, 고려가 송나라와 무역을 하던 뱃길이었다. 송나라의 사신들이 내왕할 때, 예절을 갖추어 영접하고 배웅했다고 해서 ‘예성강(禮成江)’ 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들 3강들이 만나 큰 물을 이루어 서해(강화만)로 흘러 들어가는 이 강을 ‘조강(祖江)’ 이라 부른다.

즉 ‘할아버지 강’ 이라는 뜻이다. 이 조강의 물줄기가 결국, 강화군 양서면과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사이를 흐르며 남과 북을 갈라 놓은 셈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엔 중국의 무역선이 황해를 건너 조강으로 들어 와 예성강으로 올라가면 개성(개경)에 이르고, 한강으로 동진하면, 한양(서울)으로 가는 뱃길이었다.

6.25 전쟁 전까지만해도 이 조강엔 소금과 새우젓을 실은 배가 북으로 올라가고, 북에서는 인삼과 모시, 도자기, 등을 실은 배가 남으로 내려오던 남북간의 무역통로였다. 아직도 강변의 많은 나룻터 유적들이 남아있다.


우리 선조들은 그 옛날 자연이 만들어 준, 강의 뱃길을 따라 내국 간, 또는 외국과 무역거래를 하면서 상호 필요를 나누고, 교환하고, 충족하며 살았는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아까운 뱃길을 두고도 서로 왕래도 못하고 빤히 바라만 보면서 사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 되었다.


전망대 3층에 설치된 망원경을 댱겨 북녁을 바라보니 예성강 왼편으론 연백평야가 펼쳐 있고, 오른편엔 개풍평야가 펼쳐 진 그 뒤로 송악산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 온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꼭대기에서도 보인다는 개성의 그 송악산이 전망대에선 선명하게 보였다. 연백평야와 개풍평야는 북한의 중요 곡창지대로서 쌀 생산은 북한 전체 쌀 경작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특히 연백의 쌀은 품질과 맛이 북한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날은 기상이 좋아서 농부들이 농가에서 추수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농가의 집들은 단층으로 일열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 마치 ‘닭장식 주택’ 처럼 보였다. 예전엔 없었던 지붕이 빨간 집들이 최근에 지어 져, 새 마을이 생기고 새 이주민들이 온 것 같다고 안내자는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전봇대가 전혀 보이지 않고, 밤엔 북녁 땅이 깜깜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통일전망대에서 마주 보이는 북한 땅까지의 바다 거리는 불과 2.3km, 개성까지는 20km 라고 한다. 왠만큼 수영에 자신있는 사람은 건너올 수 있는 거리로 보인다. 해수면이 낮아지는 썰물일 때는 더 거리가 단축될 것이다.


전망대 1층엔 ‘통일염원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망대를 찾아 온 방문객들이 각자의 염원이나 기원을 작은 메모지에 기록해서 붙여 놓은 종이들이 덕지덕지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그렇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많은 쪽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통일은 해도,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민족혼의 연결이자, 국토의 연결, 경제, 문화의 통합이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민족의 과제이다.


얼마 전 북한 김정은은 “남북 관계에 통일이라는 건 없다. 적대적인 두 국가만 존재할 뿐” 이라며 통일을 포기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해서 놀랐다. 불과 몇 년 전, 평양 능라도에서 “7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하나가 되는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며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중들과 함께 외쳤었는데…. 북한은 남한과의 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모든 국력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통일 포기’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북한 연구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우리의 헌법 제4조에 명시된 법조문이다. 지난 8.15 광복절을 맞아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에서 밝힌 통일방안과 다른 새로운 통일구상으로, 현실에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8.15 통일 독트린’을 제시했다.

3대 통일비전과 추진전략. 7대 실천방안을 담은 통일로 가는, 통일국가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했다.


요즘 북한을 이탈해 남한으로 넘어오는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 한다.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K-Pop, K-Drama, K-Wealth 등을 보고 남한을 동경하며 ‘심정적 통일’로 고민하다가 북한

이탈을 결행하는 사건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 전, 동독의 대학생들이 자국을 이탈해 서독으로 물밀 듯이 밀입국해 왔던 실례(實例)가 떠 오른다. 여의도(서울)에서 능라도(평양)까지 뱃길이 하루 속히 복원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 뱃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필요를 보내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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