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다면 이륙하기 전 항공사 직원들이 안전지침을 알려주고, 비상시 취해야 할 행동을 보여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구명조끼를 어떻게 착용하는지, 심한 난기류(turbulence) 때문에 비행기가 흔들리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만약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곁에 있는 아이를 돕기 전 먼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해야지만 의식을 잃지 않고 소아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아에게 먼저 마스크를 착용시켜 주려다 어른이 의식을 잃으면 둘 다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어른이 먼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어린이나 다른 사람을 도우라고 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자녀양육에도 적용된다. 즉, 부모가 먼저 건강하고 행복하고 안정적이어야 자녀를 잘 양육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그러니까 예를 들어 부모가 신체적으로 지쳐있거나, 우울증으로 고생하거나, 중병 내지 경제적 중압감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고 지원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행복한 아이의 배경엔 꼭 건강한 부모가 존재한다. 영육 간으로 건강한 부모가 자녀를 균형있고 건강한 사람으로 키운다. 정직한 부모가 자녀에게 정직을 모델로 보여주고, 원칙을 존중하고 지키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가 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와 반대로 분노로 가득 차 있고, 화를 자주 내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그런 부모를 닮을 확률이 높다. 부모가 고함을 지르거나 언성을 높여 타인에게 무례히 행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부모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지적은 부모를 탓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저, 부모가 먼저 자신의 상태를 돌아봄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예의나 매너가 전혀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훌륭한 성품과 성격을 소유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걸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는 것 아닌가? 부모와 영 다른 성품이나 성격을 소유한 자녀가 있다면 그것은 예외다. 통상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부모의 성품과 기질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수백, 아니 수천 번 학부모 상담을 해왔다. 그래서 부모의 배경과 가정의 분위기, 그리고 부모의 정서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고있다. 필자는 상담을 통해 부모의 상태나 건강을 측정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데, 독자 중 부모라면 이 질문들에 답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평가할 수 있겠다.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일이 가족보다 좋아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돈으로 자녀양육 및 교육을 해결하려고 하는가?  

-몸이 피곤해 가족과의 대화나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는가?  

-지치고 진이 빠져 화가 나고 매사가 짜증스러운가?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함으로 재충전하는가?  

-식사를 잘하고,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식탁을 즐기는가?  

-취미나 건전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SNS나 드라마 시청에 너무 푹 빠져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읽은 책이 기억나는가? 

-배우자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가?

-삶에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위의 질문들, 그리고 이 외에도 같은 맥락의 질문을 부모는 자신에게 수시로 던져야 한다. 만약 부모가 자신의 몸과 영혼과 정서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면 자녀가 건강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의 현주소를 자주 재확인해야 하며, 부모 자신의 마음과 영혼과 건강을 돌보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세상이 참 험악하고 삭막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부모는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책임이 무엇인지, 왜 가족이 소중한지, 돈을 벌고 피땀을 흘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간을 내 생각해 봐야 한다. 목표를 잃고 그저 열심히 뛰기만 해선 안된다. 가정과 가족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균형을 잃어선 절대 안된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을 투자하면 건강한 자녀양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