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재외투표 시작… 첫날부터 뜨거운 열기
20일 LA총영사관 2층에 마련된 21대 한국대선 재외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 이훈구 기자
"누가 되든 나라 잘 이끌어주길"
유권자들, 이른 아침부터 투표행렬
총영사관은 25일까지, 추가투표소는 22~24일
“다시는 계엄 같은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이민 생활 20년만에 처음 투표했습니다.”
할리우드에 거주하는 서승오(58)씨는 투표 후 상기된 표정이었다. 부부가 함께 투표하기 위해 왔다는 그는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언론들이 진영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제21대 한국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LA총영사관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8시부터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투표는 오는 25일까지 총영사관, 오는 22~24일 총영사관 관내 추가투표소 3곳에서 각각 진행된다. 추가투표소는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 샌디에이고 한인회관,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아시아나마켓 등에 마련된다.
미국 내 등록 유권자는 총 5만1885명으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등록 유권자(5만3073명)와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선거 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거주하는 LA에서는 이번 선거에 1만341명이 등록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이 겪은 정치적 혼란을 의식하면서 대선을 통해 나라가 정상화되기를 이구동성으로 희망했다. 첫날 가족 단위의 유권자들도 많이 보였고, 나라 걱정 때문에 먼 길도 마다 않고 달려왔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월남전 참전용사 임기순(81)씨는 “조국의 근대화를 목격하고 월남전 참전까지 했던 제 마음 속에는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국가가 잘 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애국심 많은 후보를 뽑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달려왔다”고 말했다. 토런스에서 왔다는 서혜미(46)씨는 “아무리 먼 길이라고 해도 고국의 현실만 하겠느냐”면서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재외투표를 통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샌타바버라에서 달려 온 권무광(34)·이경희(37)씨 부부는 “비록 미국에 살지만 재외투표에는 빠짐 없이 참여했다. 그러나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이라며 “국민을 최우선시하는 후보, 다양한 의견을 두루 경청할 줄 안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한 유권자들은 ‘탄핵’이라는 두 번의 비극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임기를 채우고 아름답게 퇴임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권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투표를 마친 후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 중앙선관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을 외면하고 선거 안내 광고나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면서 ‘깜깜이 선거’를 치뤄야 하는 점을 답답해 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또한 재외선거 투표율 제고를 위한 우편투표 제도 및 인터넷 전자투표 도입 요구 등이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