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영주권자 “해외여행 가도 될까요?”
영주권자 겨냥 잇단 추방시도
‘재입국 불안감’에 취소사례 급증
이민 변호사들에 문의 전화 폭주
한국에 있는 아내와 기러기 부부로 지내고 있는 LA의 최모씨는 매년 5월 휴가를 내 한국을 찾았지만 올해는 계획을 포기했다.아무런 범법 사실도 없고,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영주권자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초강경 이민단속으로 인해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영주권자를 겨냥한 추방 시도가 잇따르며 불안하다”며 “자칫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어떤 꼬투리가 잡힐지 몰라 걱정이 돼서, 아쉽지만 한국 방문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으로 인해 불거진 '반 이민정책' 분위기가 합법적인 영주권자들까지 주눅 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에는 외국 여행을 취소하는 한인 등 영주권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전국 곳곳의 이민 변호사 사무실마다 영주권자들의 해외 여행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 뿐 아니라 영주권자까지 추방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민 변호사들은 “많은 사람들이 해외 친지 방문, 신혼여행, 휴가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며 “여기에는 가족 장례식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페이스북과 레딧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와 관련된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LA의 한 이민 변호사도 "영주권자들이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심지어 시민권자들로부터 '여행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민 전문 김성환 변호사는 “언론들의 과장 보도가 잇따르며 영주권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범법사실이 있거나 이민국에 케이스가 걸려 있는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주권자들은 해외여행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단 최근의 분위기 뒤숭숭하다고 느끼면 되도록 장기 여행은 피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부득불 6개월 이상 장기간 나가 있을 계획이라면, 사전에 재입국 허가서를 신청해 놓으라”고 조언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