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살 20명.. 한인 정신건강 '적신호'
올 들어 LA 한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어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BC TV 캡처
LA 이달에만 3명 극단 선택
'자살충동' 관련 상담도 급증
위험신호 있으면 도움 요청을
올 들어 LA 한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며 한인들의 정신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A경찰국과 검시국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3명이 극단 선택을 하는 등 올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은 20명에 달했다.
지난 25일에는 한인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윤 정씨(69)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카운티 검시국은 사인은 머리 총상으로 인한 자살로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42세 데이비드 함씨가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지난 5일에는 71세 브라온 이씨가 자택 뒤뜰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LA카운티에서 17명의 한인 자살이 보고되면서 ‘절망사’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월 29일 생활고를 비관한 58세 남성 김건호씨가 자택에서 85세 노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한인 커뮤니티의 큰 충격을 줬다. (본지 3월4일자 A3면 단독보도)
한인가정상담소(KFAM)의 오미숙 수퍼바이저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2~3개월 사이 60~80대 시니어들의 상담전화가 30% 많아졌다”며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평균 정신 상담 관련 전화만 20-30통이다”며 “자살 충동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30%는 ‘그렇다’고 대답한다”고 설명했다.
오 수퍼바이저는 “절망사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사회적 고립이다”며 “특히 혼자 있는 노부부 또는 이민자들의 경우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나만 힘들다’ 등의 절망감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 중 약물치료로 가는 경우도 많다” 며 “보험이 없을 경우 정부 지원금으로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창립 26주년을 맞이한 LA생명의전화의 박다윗 대표는 “만만치 않은 이민생활에 절망하며 울부짓는 전화가 많다”며 “언론에서 한인 자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예방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LA생명의 전화(213-480-0691)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까지 운영되며 전문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정신건강국, 나눔 선교회, 중독자 회복센터 등 기관에 연결도 가능하다.
이 밖에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전국 자살방지 및 정신건강 핫라인(988),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 정신건강센터(213-948-298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등이다.
지난해 LA카운티에서 자살한 한인은 총 21명이었으나, 올해 두 달을 남겨 놓은 현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만 20명이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