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와 긴밀히 소통해 상황 모니터링 하라"
이웃이 살던 집이 집주인의 사망으로 매물로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바이어 입장에선 미리 준비하되 집이 공식 매물로 나올때까지 기다리는게 바람직하다. /AP
이웃의 죽음 후 찾아오는 매수 기회
미리 준비하되 집이 공식 매물로
나올때까지 기다리는게 가장 현명
이웃의 집이 매물로 나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밖에 없다. 하나는 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안타깝게도 집주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같은 지역에 살아왔다면 이웃들과 유대감을 쌓았을 가능성이 크고, 그들의 집과 삶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가령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이웃의 집이 있다고 해보자. 건축 양식이 마음에 들고, 위치도 좋고, 잠재력도 충분해 보인다. 혹은 그 지역에서 자랐고 가족과 더 가까이 살기 위해 다시 돌아오려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다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머지않아 그 집이 시장에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상황은 매우 조심스럽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기회주의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이 가능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공식 매물을 기다리되 미리 준비하라
가장 단순하고 안전한 해답은 해당 주택이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적절한 경로를 통해 관심을 표명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부동산 전문업체 클레버 오퍼스(Clever Offers)의 부동산 전문가 세인 로즈는 “에이전트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충분히 허용될 뿐 아니라 건전한 비즈니스 관행”이라고 말한다. 집주인 사망 이후 실제 매물로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상속 절차(프로베이트)가 필요한지 여부와 상황의 복잡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로즈는 “매물이 MLS(다중매물서비스)에 올라가는 즉시 바이어의 에이전트가 리스팅 에이전트와 긴밀히 소통해 가장 먼저 집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가족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 것
이웃의 사망 소식을 듣는 순간 가능한 한 빨리 연락해 매수 의사를 밝히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절차가 정리되어 집이 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기다림은 더욱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특히 사망 직후에는 고인의 가족이나 상속인에게 직접 구매 의사를 타진하지 말라는 것이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유토피아 매니지먼트(Utopia Management)의 지역 매니저 조하나 윌리엄스는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더라도 약탈적이거나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생존 가족에게 직접 이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강조한다.
설령 가족이 이미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접근은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잠재적 매수자로서의 인상을 해칠 수 있다. 로즈 역시 상속인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공식 리스팅 전에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윤리적·전문적 경계를 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런 행동은 제안 자체가 거절되거나, 유산 관리 측과 리스팅 에이전트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에이전트에게 실무를 맡겨라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부동산 에이전트다. 에이전트는 공공 기록을 확인하고, 상속절차 진행 여부를 추적하며, 유산 집행자(executor)를 파악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바이어가 직접 나섰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 어색함 없이 진행된다.
윌리엄스는 “해당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에이전트에게 알리고, 매물로 나오거나 그 이전에라도 소식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원할 경우 사전 협의(프리마켓 거래)에 대한 의사도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 에이전트는 적절한 시점에 유산 담당 변호사나 대리인과 전문적인 경로로 접촉해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좋은 이웃’이 되라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진정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행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윌리엄스는 “대가를 바라고서가 아니라 이웃으로서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유가족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가족이 준비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주택에 대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위험도 줄여준다. 진심에서 우러난 도움은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일 때, 가족이 매각을 결정했을 때 바이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상을 남긴다.
◇조기 준비가 해주는 것, 그리고 해주지 못하는 것
이 상황을 적절히 다룬 바이어에게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유산을 정리하는 가족들은 종종 잦은 집 공개, 수리, 장기간의 시장 노출 같은 전통적인 매각 과정의 부담을 덜어줄 진지한 바이어를 반기기도 한다. 오프마켓이나 프리마켓 거래는 가족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동시에 바이어에게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준비란 장례도 치르기 전에 서둘러 제안을 던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적절한 시점이 왔을 때 신속히 움직일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해당 주택이 곧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자금 조달을 정리하고 진지한 제안을 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사전에 정보를 알고 준비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속인이 직접 거주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고, 최고가를 받기 위해 공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바이어의 지역 내 평판이나 철저한 준비가 반드시 거래 성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웃의 사망 이후 그 집을 매입하려는 과정은 정당한 관심과 슬픔에 잠긴 가족에 대한 존중, 그리고 전문적 기준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인내심을 갖고 에이전트를 통해 움직이며, 가족의 시간표를 존중하는 신중하고 공감 능력 있는 구매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