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만든 보험 대란… 홈오너들, 집 포기한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부동산
로컬뉴스

기후 변화가 만든 보험 대란… 홈오너들, 집 포기한다

웹마스터


전국 주택의 25% 이상

극단 기후 리스크 노출

보험료,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주택 소유주들은 더 이상 모기지 금리나 재산세 만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급등하는 주택 보험료가 홈오너십을 포기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허리케인, 산불,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등 주요 재난 취약 지역은 물론, 일리노이, 콜로라도와 같은 내륙 지역에서도 극심한 우박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인해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다. 이제 많은 주택 소유자들에게 보험료 부담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하와이의 부동산 중개인 에반 할로우는 “해안가나 산불 위험 지역의 고객 중 일부는 집을 사랑했지만, 매년 수천달러씩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며, “요즘은 집을 팔거나 이사할 때, 모기지나 세금뿐 아니라 ‘보험 수학(Insurance Math)’도 핵심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마이애미는 보험료 급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리얼터 닷컴이 발표한 ‘주택 및 기후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애미의 단독주택 평균 보험료는 연간 2만2700달러로 주택 중간 가격(61만4,000달러)의 3.7%를 차지한다. 

이는 북가주 샌호세의 평균 보험료(3712달러)보다  6배 높은 수준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보험료가 주택 가치의 2%를 초과하는  주요 대도시는 마이애미 외에도 ▲뉴올리언스 ▲플로리다 케이프코럴 ▲루이지애나 배턴루지 ▲오클라호마시티 등 5곳에 달하며, 이는 전문가들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넘는 수치다.

극심한 보험료 부담에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보험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7채 중 1채 꼴로 보험 미가입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모기지 대출이 있는 경우 보험이 의무화되어 있어  보험을 포기하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보험사들의 철수와 은행들의 대출 회피가 겹치며, 일부 지역은 모기지로 집을 사거나 팔 수 없는 ‘모기지 사막(mortgage desert)’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료 급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콘도는 HOA(주택소유자협회)  마스터 보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옵션은 기후 리스크가 낮은  중서부 내륙 지역이나  남부 내륙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에서는 스테이트팜(State Farm)이 보험료를 29% 인상할  예정으로 평균 750달러가 추가된다.

이주를 통한 보험료 절감은 새로운 재정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높은 재산세, 생활비 상승, 제한된 선택지 등이 그 예다. 특히 추운 지역의 난방비, 지역세나 재산세 인상률 등도 고려해야 한다.

리얼터 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택의 25% 이상이 화재, 홍수, 허리케인 등 극단적인 기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주택 소유주들은 이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침수 위험 지도는 폭우나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아 침수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뉴욕에서만 약 953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이 FEMA의 범위 밖에 있으며, LA는 656억 달러, 샌프란시스코는 549억 달러에 달한다. 허리케인  강풍에 노출된 주택도 전체의 18.3%, 산불 위험이 극심한 주택은 5.6%,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전체 고위험 부동산의 40%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부동산 전문가 에반 할로우는 “보험료만 비교할 게 아니라 전체 생활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낮은 보험료가 항상 안전을 의미하지 않으며, 아직 시장이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보험료 인상이라는 ‘이중 위기’는 주택 시장의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험 정책, 지역 선택, 주택 유형까지 포괄적인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구성훈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