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교착 상태' 장기화… 거래 줄고 가격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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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교착 상태' 장기화… 거래 줄고 가격은 그대로

웹마스터

높은 금리, 주택 공급은 증가

셀러·바이어 모두 안움직여


미국 주택시장이 극심한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금리는 여전히 높으며,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뚜렷이 줄고 있다. 

셀러·바이어·건축업자 모두 각자의 이유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시장 전체가 '정체' 국면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사이트 ‘리얼터 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21개월 연속 매물 재고 증가를 기록했지만 거래는 수십년 만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 재고가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리얼터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이크 크림멜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건 안나 카레니나의 주택시장이다. 모두 불행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불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매자는 감당 안 되는 주택 비용에 막히고, 판매자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건축업자들도 수요 부진에 발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집을 사기에는 비용이 너무 높다는 것이 바이어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2025년 8월 기준 주택 중간가격은 약 42만 2400달러에 달하며,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평균 6.60%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모기지 이자, 세금, 보험료 등을 합산하면 2019년 대비 월 상환액이 1255달러 더 비싸졌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뿐 아니라 금리 급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주택 가격이 거의 50% 상승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주택 수요가 주춤한 주요인이 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부동산 에이전트 타니아 자임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금리가 내려가면 사겠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이면 결국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가격은 다시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셀러들 역시 '고점'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매물 자체를 철회하는 '디리스팅(delistings)'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특히 마이애미의 경우 6월 기준 새 매물 100건당 59건이 철회돼 전국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새 매물 2~3건당 1건꼴로 철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공급 증가세에 제동을 걸고, 결국 가격 하락폭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크림멜은 "딜리스팅은 '공포에 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높은 자산가치 덕분에 가능한 '럭셔리'한 전략"이라며 "시장 붕괴와는 거리가 멀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건설사들도 위축되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신규 단독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3.7%, 전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으며, 신규 단독주택 공급량은 9.8개월치로 기존 주택의 4.4개월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자재비 인상,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등이 겹친 결과다. 단독주택 건축 허가 건수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후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적으로 약 400만채의 주택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거래량 데이터를 보면 시장의 정체 상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8월 모기지 금리가 2년 만의 최저치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신규+기존) 주택 판매량이 2.9% 감소했으며, 기존 주택 판매는 2010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11월까지 매월 평균 119만채가 판매중이거나 거래 대기 상태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지만, 실제 성사되는 거래는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교착 상태가 단기간에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평균 6.8%를 유지하면서 많은 잠재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렌트비 상승세가 주춤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일시적인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15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올 하반기에 5.5%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다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높다. 가격 조정 없는 수요 회복은 팬데믹 시기와 같은 '입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결국 현재의 교착 상태는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되면서 생긴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해석된다. 

바이어는 더 낮은 가격과 금리를 기다리고, 판매자는 과거의 고점을 포기하지 못하며, 건축업자는 불확실한 수요에 투자를 주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정체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 먼저 양보하지 않는 한 현재의 교착 상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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