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AI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치료,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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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칼럼] AI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치료, 친절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신규환자가 첫 방문할 때, 왜 우리 병원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면 “의사 인상이 친절해 보여서요”, “목소리가 편안해서요”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학벌이나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친절함’이라는 것이다. 


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판독을 돕고, 로봇이 수술을 보조한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정밀해져도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만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단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전자의무기록(EMR)과 보험 청구, 각종 규제와 행정 절차로 인해 의사는 환자보다 모니터를 더 오래 바라본다. 새로 생기는 지침과 책임은 쌓여가고, 의료의 발전은 오히려 의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전가한다. 진료 현장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의 사람은 점점 지쳐간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닫힐 때가 있다. 친절해야 하고, 더 들어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하루 종일 쏟아지는 환자들의 사연과 산더미 같은 질병 목록 앞에서 피로가 쌓이면 어느새 나의 표정도 굳어 있음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렇게 지친 상태로 진심을 다할 수 있을까?’ 결국 의료진의 마음이 회복되어야 환자의 마음도 회복될 수 있다.


번아웃된 의사는 친절할 수 없다. 진정한 친절은 의료진이 자기 자신을 돌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충분한 휴식과 자기 성찰, 동료 간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환자에게 따뜻함이 전달된다.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환자를 지키는 또 하나의 형태다.


연구에 따르면, 의사의 공감적 태도는 환자의 통증 인식, 회복 속도, 약 복용 순응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친절은 과학적 치료의 일부이자, 매일 훈련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AI는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환자의 두려움을 이해하거나 위로하는 능력은 없다. 의사의 따뜻한 눈빛, 간호사의 손길, 진심 어린 한마디—이 모든 것은 어떤 알고리즘도 흉내 낼 수 없는 치료다.


의학의 궁극적 목적은 치료(cure)가 아니라 돌봄(care)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친절은 의학의 마지막 영역이며, 그 친절을 가능케 하는 첫 처방은 바로 ‘의사를 지키는 것’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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