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초가공식품, 줄이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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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초가공식품, 줄이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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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우리 식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음식들이 있다. 보기 좋고, 맛있고, 편리하고, 심지어는 건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몸을 망가뜨리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초가공식품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범으로, 이제는 인류건강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초가공식품’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일상 속에서 무심코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가공식품이란 단순히 가공된 식품을 넘어, 여러 첨가물과 정제된 성분으로 복합적으로 만들어진 식품을 말한다. 흔히 마트에서 접할 수 있는 시리얼, 에너지바, 인스턴트 라면, 냉동식품, 각종 소스류, 그리고 심지어 ‘헬시’라는 라벨이 붙은 일부 건강간식까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원재료 목록에 ‘설탕, 정제밀가루, 포도당 시럽, 가공유지, 합성향료, 착색료, 유화제’ 등의 성분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 그것은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음식을 끊기 어려운가? 답은 명확하다. 초가공식품은 우리 뇌의 보상시스템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감미료와 지방, 첨가물의 조합은 단순히 ‘맛있다’는 수준을 넘어,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또다시 그 음식을 찾게 만든다. 바쁜 일상에서 빠르고 간편한 한 끼를 제공한다는 점도 큰 유혹이다. 더구나 마케팅은 이러한 음식에 ‘건강함’이라는 포장을 입혀 소비자들을 오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치명적이다. 초가공식품의 섭취가 많을수록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당분과 나트륨, 포화지방이 과다하게 포함되어 있는 데다, 식이섬유나 필수 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반응을 유발하며, 심지어는 뇌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초가공식품의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무엇보다 첫걸음은 ‘인지’다. 식품 라벨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원재료가 익숙한 자연식품 중심인지, 아니면 가공성분이 중심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름 모를 성분이 5개 이상이면 멈춰야 한다.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를 늘리고, 포장을 뜯는 음식보다 손질하는 재료를 가까이 해야 한다. 가공되지 않은 통곡물, 제철 채소, 견과류, 식물성 단백질 등은 초가공식품을 줄이려는 이들에게 든든한 우군이 된다.


또한, ‘완벽하게 끊는다’는 결심보다는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일주일에 한 끼라도 초가공식품이 아닌 집밥을 먹고, 간식을 과일이나 견과류로 대체하며, 외식을 할 때도 가능한 자연식 중심의 메뉴를 고르는 선택이 중요하다. 마트에서는 ‘선택하지 않는 습관’이 결국 ‘건강한 선택’이 된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구조와 식문화, 소비자 행동의 총합이다. 그만큼 변화도 쉽지 않지만,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오늘 한 끼만이라도 초가공식품 대신 ‘진짜 음식’을 선택해 보자. 식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문의 (213) 90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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