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도 “집안 살림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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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도 “집안 살림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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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난지원금 덕 가계 개선

저축율 8%→33% 사상 최고치

1170만 명 빈곤선에서 벗어나



이민 20년차 제임스 이씨는 가장 막막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팬데믹 초창기였다. 자택대피령이 내려져 프리웨이에 올라가도 차가 별로 안 다니던 때가 있었다. 다니던 다운타운 직장도 폐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출근해도 일거리가 없고, 그 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몇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나오지 말라는 통보가 전해졌다. 레이오프였다.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 ‘렌트비는 어떻게 하나. 유틸리티, 핸드폰 요금은 뭘로 내지?’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이씨에게 한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막막한 절망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문과 뉴스를 보면서 희망이 생겼다. 정부 지원책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별 실업 급여, 스티뮬러스 체크, 임대인 보호조치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역시 미국이 좋은 나라구나’ 하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비를 넘기고 지금은 충분히 버틸만한 여력이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재정 형편이 어려워질 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로 개선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경제의 빠른 회복 덕분에 많은 가계가 새로이 재정 안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170만명이 빈곤선에서 벗어났고, 가계 총저축이 2조7000억 달러 늘었다.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저축률은 2020년 4월에 3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전 두 해 동안 저축률은 8%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예금 계좌 잔액 중간값은 지난해 7월 현재 약 1900달러로, 2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WSJ은 각 가정의 재정 상황이 나아지게 된 배경으로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실업수당의 확대, 학자금 원리금 상환 유예, 아동 세액공제 등을 꼽았다.


하지만 모든 가계가 공평하게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사무직 가운데 재택근무를 했던 이들이 일시 해고된 이들보다 상황이 더 나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일시 해고돼 2020년 11월 현재 실직 상태인 이들 중 58%만 매달 공과금을 낼 수 있었던 데 비해 계속해서 재택근무하는 이들의 92%가 공과금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여유 현금이 전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저소득 가계의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기엔 부족했다. 예컨대 JP모건의 최빈곤 고객층의 계좌 잔액 중간값은 지난해 9월 961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저소득 가계가 주기적인 재정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JP모건 사내 싱크탱크가 추정한 자금 2500달러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와 달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추정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계는 2021년 3분기 현재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가계 예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2023년 3분기에는 여유 현금을 전부 소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당시 보고서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는 여윳돈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반면 소득 하위 가구는 대부분 은행에 계속 넣어두거나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지적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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