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인종고려' 위헌… 단기적으론 아시안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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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인종고려' 위헌… 단기적으론 아시안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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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 아시안들이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방대법원,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결정

한인 72% "대학들, 실력대로 뽑아야"

중·장기적으론 큰 도움 안될 수도


대학입시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29일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성적, 시험점수 등 ‘객관적’ 스펙이 타인종보다 우수한 한인, 인도계, 중국계 등 아시안 학생들은 단기적으로 명문대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명문대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대법원의 판결을 거스르지 않고 캠퍼스내 인종 다양성을 계속 추구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 확실해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안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퓨 리서치센터가 미국내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인들의 경우 어퍼머티브 액션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50%)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가 반대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1960년대 민권운동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에 이어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하는 이번 정책에 제한을 가하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연방 대법원은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을 비롯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다만 하버드대 판결에서는 잭슨 대법관이 해당 대학과의 관련성을 이유로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수십 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잭슨 대법관도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비극"이라고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현재 6대3의 보수 우위 구조로 재편된 대법원은 지난해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려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 9개 주는 공립대에서 인종에 따른 입학우대 정책을 금지한 상태다.


구성훈 기자 sg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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