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충격' 한인 일상까지 여파
사회적 모임들 줄줄이 취소
'탄핵 마땅' '오죽했으면' 갈등도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령 선포에 한인사회가 아직까지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계엄령을 둘러싼 여파가 한인 가족 간 갈등, 사회적 모임 취소 등 일상적인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애너하임에 거주하는 40대 부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심각한 의견 충돌을 겪었다. 아내는 "탄핵만 몇 번째냐,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했지만, 남편은 "계엄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그는 "그동안 중도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정도로, 대통령의 발언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 같다"며 "반대파에서 탄핵 카드를 꺼낸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정치적 입장 차이로 심각한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갈등은 심화되어 서로 말을 꺼내지 않게 됐다.
이와 같은 갈등은 개인적인 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교회 성경공부 모임을 취소하거나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이번 주 성경공부는 계엄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될 것 같아 불편할 것 같다"며 "이미 그룹 채팅방에서는 '동조했던 사람들은 내란죄로 체포해야 한다', '전 세계 뉴스에 다 보도 돼 창피하다', '탄핵 받아 마땅하다. 빨리 사퇴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오가고 있어 교인들 간의 정죄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견 차이는 종종 갈등을 초래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 갈등이 개인적인 관계와 사회적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 경우로 주목된다. 특히, 계엄령 발언이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며, 그 여파는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