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쪽잠 자고 강의실로 '대학생 노숙자'
대학 인근 주택난이 심각해지면서 머물 곳 때문에 애먹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UC버클리 학생들의 모습이다. AP
치솟는 렌트비 감당하기 어려워
UC·CSU 인근 지역 최악 주택난
기숙사 수용률 고작 11.8% 그쳐
UC 샌타바버라에서 연극·공연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A는 지난 학기 학교에 복귀했지만, 한동안 묵을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했다. 2명이 간신히 누울 만한 방값이 1인당 800달러에 육박했고, 그나마도 자리가 나면 순식간에 지원자가 나타나 사라져 버린다.
대학원 조교 활동으로 얻는 수입의 대부분을 렌트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A는 궁여지책으로 차 안에서 잠을 해결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보다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노숙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등 심각한 주거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 공공정책연구소(Public Policy Institute of Californi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주택 임대료는 등록금을 능가하는데 이는 커뮤니티 칼리지, 4년제 교육기관(Institute) 또는 대학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이 학습 비용을 포함해 기본적인 주거 생활을 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고등교육 전문 사이트인 인사이드 하이어 ED(Inside Higher ED)는 지난 달 29일 UC 계열이 학생들을 수용·지원하지 못해 노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고 캠퍼스 밀집도 또한 높아져 많은 학생들이 4년 이내에 졸업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속적으로 치솟는 주택 임대료로 학생들이 고등교육의 꿈을 연기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UC 버클리는 지난 해 가을학기 6900개의 기숙사 침실을 마련했지만 해당 학기에 등록한 학생만 4만 5000명에 달해 기숙사 사용 가능한 학생은 1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UC샌타바버라는 현재 2만4030명의 학생이 등록됐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용할 수 있는 캠퍼스 침실은 약 1만개와 592개의 패밀리 하우징 유닛으로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가주 대학에서는 주택 시장 가격보다 낮은 임대료로 새로운 캠퍼스 주택 시설을 마련하고 나섰다. UCLA는 지난 2017년부터 개발 중인 신규 캠퍼스 주택 3곳을 최근 완공함에 따라 신입생은 4년, 전학생은 2년 동안 주거 보증이 가능해 졌다. 올해 가을학기 학생 수용 가능 인원은 2만 2916명으로 20~50% 낮은 임대료를 책정했다.
한편, UC계열은 2030년까지 2만 명의 학생들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입학 학생들은 캠퍼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클리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는 2500달러, 샌타바버라의 유사한 아파트의 경우 그 이상이다. 대학가 주택 임대료는 캠퍼스에서 가까울수록 높아지며 멀어질 수록 낮아진다.
가주 내 커뮤니티 칼리지 계열의 경우, 캠퍼스 116곳 중 11곳만이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원이 한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 입법분석가 사무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가을학기 캘스테이트(CSU) 캠퍼스 13곳에서 총 8700명의 학생, UC 계열의 경우 캠퍼스 8곳에서 7500명의 학생들이 주택 대기명단에 등록됐다.
하지만, 인사이더 하이어 ED의 새로운 데이터에서는 주택 대기 인원 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돼 CSU 1만 7819명과 UC 계열 1만 2816명 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등록한 CSU는 현재 캠퍼스 23곳에 5만 9260개, UC 계열은 총 10만 6224개의 캠퍼스 침실이 마련됐다.
가주 의회는 UC와 CSU 계열, 커뮤니티 칼리지의 주택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주 예산에서 학생 주택 프로젝트에 2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