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께서 사진 보도를 원치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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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께서 사진 보도를 원치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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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이혜정 부부 3만달러 선뜻 

“소외계층 청소년 위해 써달라”

가정상담소에 “사진 원치 않아”

“받은 것 돌려줄 뿐” 담담한 이유



 

받은편지함에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한인가정상담소다. 보도자료 제목은 ‘이우혁 이혜정 부부, 3만 달러 후원’이다. 내용은 길지 않다. 홍보팀장이 간략한 서두를 적었다. ‘안녕하세요? KFAM한인가정상담소, 이미리 입니다 작년에 이어 이우혁 이혜정 부부께서 큰 후원금을 전달하셨습니다.’


이어진 다음 문장이다. 마음을 움직인다.


‘후원자분께서 사진이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부득이하게 사진자료를 함께 보내드리지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무척 이례적이다. 보통과는 전혀 다르다.


대개는 사진 몇 장이 첨부된다. 환하고 인자한 웃음의 기부자, 그리고 액수가 적힌 패널 보드(또는 증서), 이를 전달받는 단체 관계자. 이런 장면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물론 보도자료 내용은 (대부분) 사진과 함께 이튿날 아침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여기에 대해 가끔은 삐딱한 시선도 있다. ‘돈 얼마 내면서 그렇게 생색을 내고 싶냐’는 궁시렁거림이다. 하지만 까칠할 일 아니다. 색다르게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당연한 퍼포먼스다. 좋은 일은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확대시키는 게 맞다. 선한 영향력은 커져야 한다. 그러려면 사진이고, 동영상이고, 얼마든지 활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또 다른 느낌이다. ‘왜 사진은 원치 않으시죠?’ 먼저 가정상담소 이미리 홍보팀장에게 물어봤다. “그 분들이 그러시네요. 완곡하게 거절하셔서.” 별 수 없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었다. ‘사진은 왜?.’ 잠깐의 머뭇거림이다. 그리고 이런 대답이 묵직하게 돌아온다.


“그게 작년에 (기부) 할 때도 몇 장 찍어봤는데…. 또다시 반복해서 나올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죠. 어차피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이우혁 기부자)


사실 이우역 이혜정 부부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사들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해부터 이름이 알려졌다. 한인가정상담소에 10만 달러를 선뜻 내놓으면서 미디어들의 조명을 받았다. 올해 3만 달러도 상당한 금액이다. 특히나 개인 기부금으로는 ‘거액’이라는 표현이 맞다.


지난 해 10만 달러는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한인들을 위해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올해 3만 달러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가정상담소 캐서린 염 소장은 “심리 상담이 필요하지만 체류 신분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상담 받을 수 없는 한인 청소년들을 위해서 써달라는 게 기부자 분들의 뜻”이라고 전했다.


기부자와 통화에 앞서 이미리 홍보팀장에게 호칭을 물었다.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되냐”고 하자 “회장이라는 호칭은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다. 결국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기부의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설명도 간단하다. “받은 것을 돌려줄 뿐이죠.”


(본지에는 지난해 기부 때 자료 사진이 보관돼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 기사에는 신상에 대한 얘기와 사진을 싣지 않기로 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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