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지났으니… <추가접종> 부스터샷 몰래 맞는다
“어차피 버려질 것” 거부감도 적어
파우치 소장 “노년층에 필요성 커”
FDA 계획 마련중 내달 발표할 듯
이스라엘, 10일전 60세 이상에 도입
60대 남성 A씨는 얼마전 존슨앤드존슨(J&J, 얀센) 백신 주사를 맞았다. 그는 지난 3월에도 화이자 백신 2차까지 접종했는데, 이번이 세번째인 셈이다. A씨는 “백신 효능이 6개월 이후로 줄어든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접종소를 찾게 됐다”며 “두 가지 이상을 섞어 맞는 교차 접종이 면역력을 더 높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기왕이면 얀센을 골라 맞았다”고 밝혔다.
A씨는 신분 확인을 위해서 여권을 제시했다. 화이자를 맞을 때는 운전면허증을 보여줬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보험 기록을 통해 예전 접종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별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재확산의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인 사회에서는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이 아직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도 한편에서는 몰래 맞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900명 넘게 백신을 세 차례 접종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A씨와 같이 추가로 접종한 이들이 있다는 뜻이다. CDC 자료는 자발적 보고에 기초해 실제 3회 접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AP의 보도에는 A씨와 비슷한 사례들도 여럿 등장한다. 26세의 여성 지나 웰치는 천식과 간 질환을 앓고 있고, 접종 결정은 부스터샷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67세의 남성 윌 클라트는 벌써 5월에 세 번째 백신을 맞았다. 그는 자신이 접종한 지 5~6개월이 지났다면서 결국 부스터샷 접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정치 만평가인 테드 랄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폐 질환 이력 때문에 부스터샷을 맞았다고 한 뒤 2600만 개의 백신이 저조한 수요로 버려질 것이라는 기사를 본 뒤 추가 접종을 결정했다며 "내 결정은 정책에 아무 영향을 못 미쳤다. 나는 쓰레기통에 들어갈 백신을 절약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우치 소장은 8일 NBC방송에 출연, 면역체계가 손상된 이들은 강한 면역 반응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 보호가 다소 약화한 것을 보여준다면서 부스터샷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 보호가 약화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화이자 백신 데이터에 따르면 (예방효과가) 접종 후 90%대에서 몇 달이 지나면 약 84%로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스터샷의 경우 백신이 처음 배포될 때처럼 노인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우선 접종되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데이터를 전달받는 대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국(FDA)은 65세 이상 고령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 초기 접종자 등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계획을 마련 중이며 이르면 내달 이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미 세계 최초로 60세 이상에 대해 부스터샷을 도입해 열흘 전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하다며 부스터샷 접종을 적어도 내달 말까지는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