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게 두렵다…늘어나는 노숙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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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게 두렵다…늘어나는 노숙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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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에 노숙자의 위협을 받았다는 독자의 제보 사진. 타운 내에서는 묻지마 폭행이 나날이 늘고 있다.



줄 잇는 사건사고 - 잠 못드는 LA한인타운 (하)


대낮 대로변서 지팡이로 뒷머리 맞고 쓰러지기도

피해자 오히려 수갑…가해자는 경찰차서 금세 내려

“경찰 문제로 보면 안 풀려…정치 이슈로 접근해야”



# 타운 내 노인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2주전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대낮에 길을 걷다가 한 노숙자의 난데없는 공격을 받은 것이다. 키 큰 남성 홈리스가 다가오더니 갖고 있던 지팡이로 다짜고짜 A씨의 뒷머리를 후려쳤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부터다. 마침 지나던 순찰차에서 내린 경관이 우선 병원으로 가보라며 911에 구급차를 호출했다. A씨는 “피도 나지 않고 그 정도는 아니”라며 “병원은 필요없다”고 한사코 손을 저었다. 하지만, 한동안 실랑이 끝에 경찰은 수갑을 채워 강제로 구급차에 태우고 말았다. 결국 병원까지 가서 그냥 나오긴 했지만 A씨는 “정작 때린 사람은 놔두고,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수갑까지 채우냐. 며칠 동안 손목에 멍이 지워지지 않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타운내 노숙자 관련 묻지마 폭행이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처리도 피해자가 납득할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본지로 직접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한 A씨의 경우도 “영어 때문에 경찰과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데 정작 때린 남성이 어떻게 됐는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현장 경찰이 사건 조사에 별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다른 제보자 B씨의 경우에서도 이런 행태가 드러난다. 지난 달 한국에서 잠시 방문한 그는 웨스턴 애비뉴 상의 한 쇼핑몰에서 노숙자와 문제가 생겼다. 자신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쫓아가 붙잡으며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B씨는 “간신히 노숙자를 제압해 물건을 되찾았다. 조금 뒤 경찰차가 6대나 도착했는데, 이들은 곧바로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더라.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를 받아야했다”며 “다행히 하루만에 풀려났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상대편 노숙자는 경찰차에 태웠다가 한 블록 지나서 내려줬다고 하더라”며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타운 내 노숙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횟수가 부쩍 늘어나며, 특히 ‘묻지마 폭행’ 같은 위험천만한 일들도 빈발한다. 게다가 당한 것만해도 억울한데, 경찰이 가해자인 노숙자보다 피해자를 더 엄하게 다루는 식이어서 기가 막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LAPD의 한 관계자는 “코리아 타운의 노숙자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경찰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일례로 주정부가 4, 5년전 지침이 변경됐다며 재소자 700~800명을 한꺼번에 출소시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생활 터전이 없어 거리를 떠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는 마약을 포함해 웬만한 사건을 중범죄가 아닌 경범죄로 다룰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함부로 체포할 수도 없고, 경찰차에 태웠다가도 금새 내려줘야 하는 게 그런 이유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노숙자 이슈를 경찰만의 문제로 보면 해결이 어렵다. 이는 정치나 사회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론을 형성해 법을 바꾸고, 새로 만들어야 정리가 된다”고 주장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공권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며, 그 여파로 경찰 예산이 감축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LAPD 애런 폰세 경감은 “경찰력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공공안전 차원에서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고, 범죄 현장에서도 신속하게 조사와 추적이 이뤄진다”며 “비즈니스와 미디어, 경찰간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긴밀한 소통을 통해 커뮤니티에 필요한 지점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노숙자 증가에 더해 증오 범죄까지 겹쳐 타운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 리더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이와 관련 LA한인회 제임스 안 회장은 본지와 신년 인터뷰에서 ‘치안’과 ‘노숙자 문제’를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으며 "정계와 타인종 커뮤니티와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우미정·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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