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이용자씨를 집으로(2) - "사느라 바빠 가족 사진 한 장 없네요"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최신뉴스
로컬뉴스

[특별취재] 이용자씨를 집으로(2) - "사느라 바빠 가족 사진 한 장 없네요"

웹마스터


평온했던 일상의 이용자씨 모습.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 이씨 가족 제공


이민 20년간 매일 15시간씩, 하루도 못 쉬고 일만 해

"업소 처분하고, 여행이나 다니려 했는데" 청천벽력

"평생 장애 안고 살아야 할 지도"… 주변 도움 절실


자신이 운영하던 리커스토어에서 괴한의 흉기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롱비치 한인 이용자(65)씨는 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도 혼자 숨쉬기도 어려워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전신에 감각이나 움직임도 쉽지 않고, 후유증이 심해 의료진은 평생 장애를 걱정한다. 


본지는 롱비치 경찰과 시의회에 이용자씨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한달 째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씨의 쾌유와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응원을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3월1일 A1면에 실렸던 '사경 한달째… 경찰은 제자리 걸음'에 이어 두번째 이야기다.



이용자씨 가족에게 신문 게재용으로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회신된 컷은 소파에 앉아 환하게 웃는 건강할 때 모습이다. “가족이 함께 있는 장면은 없을까요?” 기자의 요청에 쓸쓸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사느라고 바빠서, 그 흔한 가족 사진 한 장 없네요.” 딸 엘린 이(36·이슬기)씨의 대답이다.

이씨 가족은 지난 2000년 이민 와서 비디오 가게에서 근무하다가 포모나 지역에서 새 비디오 업소를 열었다. 남편 이희덕(70)씨는 “배운 일이 비디오 관련 뿐이었다”며 “10년 넘게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지만 적자가 쌓여 끝내 접어야 했다. 그리고 6년 전 오픈한 게 지금의 리커스토어”라고 밝혔다.

아시다시피 리커 일이라는 게 간단치 않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일 15시간씩,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한다. 사고 이후에도 업소 문을 닫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영업을 계속 하는 남편 이씨는 “병원에 있는 아내를 봐야 해서 오후 시간은 딸이 대신해서 업소를 지킨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가 끔찍한 일을 당한 장소에 딸만 혼자 놔두고 나오는 마음이 오죽하겠나”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다.

 

물건 오더해서 채워 넣으며, 손님 받기까지 대부분 일을 남편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이씨는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가게를 접고 싶지만 당장 생계와 눈덩이 같은 병원비 때문에 어쨌든 유지는 시켜줘야 한다”며 “지금 힘들고 아픈 게 문제겠냐”며 말끝을 흐린다. 


부부는 지난 해 11월 가게를 내놨다. 남편이 70세를 맞아 이제는 좀 쉬면서 그동안 못 간 여행이나 다니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던 차에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게 된 것이었다. 딸 이슬기씨는 “집과 차를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이민 온 부모님이고 정말 열심히 사셨다”며 “이런 일을 겪어 마음이 무너진다”고 슬퍼했다.


세인트 메리 메디칼 센터(St. Mary Medical Center) 의료진에 따르면 이씨는 사고 때 당한 부상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침대에서 생활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65세 이상 메디케어 대상이지만 롱텀 케어 환자일 경우 보험은 100일까지만 적용된다. 엄청난 의료비가 걱정이다. 


본지의 요청으로 이씨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는 롱비치 1지구 메리 센데하스 시의원실의 피어슨 보좌관(Chief)은 28일 “피해자의 재정적 상황에도 신경 쓰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롱비치시에서는 범죄 피해자 의료지원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씨 가족을 도울 다른 재원을 모색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케빈 보라봉 씨가 개설한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http://www.gofundme.com/f/help-mama-help-kim?qid=80ae796685c71324bc1280dc6f2186a7)에는 1일 현재 9800달러 가량의 기부금이 모였다. 


한편, LA경찰국(LAPD)의 한 관계자는 “모든 범죄 피해자(서류 미비자 포함)는 LA시 범죄피해자 보조프로그램(LA Victim Assistance Program, VAP)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폭행, 가정폭력(병원비, 카운셀링, 이사비용), 강도, 강간, 방화(종업원 상해보험이 없는 경우 치료비 지원), 뺑소니 등 강력범죄에 포함되는 모든 사건이 해당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캘리포니아 주민을 포함해 타주 주민이라도 가주 내에서 벌어진 범죄 피해자는 신청 가능하다”며 “피해 사례 당 보상 지원이 가능한 금액은 최대 7만5000달러”라고 설명했다. 보상은 주정부 감사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 경찰 리포트가 필요하다. 7년 전 사건까지 소급 적용되며, 소요 기간은 4~5개월 정도다. 


범죄 피해자 지원은 홈페이지(www.helplacrimevictims.org) 또는 전화(213-382-6654)로 신청 가능하며,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우미정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