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나는 죄인입니다!
월드쉐어USA 대표
1차 대전이 끝날 무렵 사모아제도의 어느 섬에 데이비슨 선교사 부부,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의관 맥페일 부부, 그리고 행실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톰슨이라는 아가씨가 동거하게 된다. 삶의 궤적이 다른 그들에게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선교사와 톰슨은 격한 갈등을 겪는다.
데이비슨 선교사는 톰슨양이 마뜩치 않았다. 그녀는 밤마다 남자들을 불러들여 술을 마시고 댄스파티를 하고 그들과 함께 밤을 보냈다. 데이비슨은 이런 톰슨을 선교사의 영성과 사명감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한다. 선교사는 톰슨에게 항의도 하고 충고도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선교사를 모욕하고 조롱한다. 그녀는 반성도 회개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선교사는 성전에서 매매와 환전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녀를 쫒아 낼 궁리를 했다. 선교사가 섬의 지사를 설득해 톰슨은 샌프란시스코로 쫓겨나게 되었다. 궁지에 몰린 그녀는 눈물로 호소하다 기절하고, 기절하여 침대에 누운 톰슨을 선교사가 밤새 돌본다.
다음날 아침 선교사 눈은 빛났고 희열이 넘치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는 하나님 은혜가 임했고 길 잃은 한 영혼을 예수님께 인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교사는 톰슨양의 변화를 자랑하며 톰슨양 방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톰슨에게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에서 3년 형을 채우며 속죄하기를 권한다. 그러자 톰슨은 허탈감과 공포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녀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야 할 아침, 오른손에 면도칼을 쥔 채로 선교사는 죽어 있었다. 선교사의 갑작스런 죽음을 의아해 하는 맥페일에게 톰슨은 ‘사내놈들은 모두 더럽고 치사하다’며 쏘아 붙인다. 서머셋 모옴의 소설 <비(rain)>의 줄거리다. 작가는 선교사의 탈선과 자살을 암시하며 소설을 결말짓는다. 이런 작품은 한 둘이 아니다. 하나 더 살펴보자!
알렉산드리아 귀족 출신 빠후뉘스는 존경받는 신부 수도사다. 부와 명예 그리고 안락한 삶을 버리고 사막에서 수도하는 그에게 24명의 젊은 제자들이 따랐다. 그는 존경받는 수도사였다. 그는 많은 영혼을 타락시키는 무희 타이스의 소식을 듣고 그녀를 변화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경건으로 그녀를 쉽게 변화시킬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빠후뉘스는 타이스의 미모와 매력에 푹 빠져 버렸고 그녀의 육체를 탐하게 된다. 반면에 무희 타이스는 신부의 전도를 받고 거룩한 성녀로 변화된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발칙한 소설 <타이스>의 줄거리다. 작가는 무희는 회개하고 성녀가 되는데 수도사 신부는 타락한다는 극명한 대조를 통해 죄의 위력과 보편성을 부각시킨다.
죄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한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말한다. 역사와 문학도 이를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은 의인이라고 포장하고, 자신은 완전한 의인인 것처럼 타인의 허물을 비난한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죄인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장관급 고위직을 제안받은 인사가 자기 허물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혹자는 그가 변명 없이 실수를 인정하고, 자기 낙마를 예측하고, 그리고 스스로 낙마한 것 등등은 그가 괜찮은 사람이란 증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드러난 죄도 부인하는 시대에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리가 찾는 행복과 평화는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인식과 고백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