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수 목사의 종교칼럼]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성경이야기(116)
갈렙의 청탁
갈렙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여호수아서 저자는 각 지파에서 한 명씩 정탐꾼을 뽑을 때 “유다 지파에서는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요”(민13:6)라고 그를 소개하며 그 이름이 성경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는 유다 지파의 수령으로 여호수아와 함께 12명의 정탐꾼 중의 하나가 되어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왔던 인물이다.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그들 중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과연 그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지만 그 땅 주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서 아낙 자손의 거인을 보았다’(13:27-33)고 하며 그 땅은 좋은 땅이지만 이스라엘의 힘으로는 정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를 했다.
갈렙은 모세와 백성들에게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13:30)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보고로 두려워하던 이스라엘 자손들은 오히려 모세를 원망하며 ‘한 지휘관을 세워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회중을 선동했다.
이때 갈렙은 여호수아와 함께 그의 옷을 찢으며 ‘우리들이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심히 아름다우며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고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라고 회중을 설득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돌로 치려고 까지 하였다(민14:10). 이 사건으로 인해 시내산에서 계수 된 자(60만3550명) 중에서 오직 갈렙과 여호수아 외에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14:29-30). 갈렙의 믿음과 순종을 보신 하나님께서는 “그가 밟은 땅은 그와 그 자손에게 주리라”(신2:36)고 약속하셨다.
모세가 죽은 후 여호수아는 여리고를 시작으로 가나안 땅 여러 성읍들을 점령한 후 제비 뽑아 각 지파에 분배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갈렙이 여호수아를 찾아가 하나님께서 ‘네 발로 밟는 땅은 영원히 너와 네 자손의 기업이 되리라’고 약속하신 대로 나에게 헤브론 산지를 달라고 청탁을 했다(수14:9).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정탐할 때 헤브론도 정탐하였기에 그 성읍은 정복하기 힘든 산지에 있으며 또한 거인 자손으로 알려진 아낙 자손들이 살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민13:22), 사실 갈렙이 보기에도 헤브론은 난공불락과 같은 성읍이었다.
갈렙이 가나안 땅을 정탐할 때 그의 나이는 40세였으며(수14:7), 청탁을 하기 위해 여호수아를 찾아갔을 때 그의 나이는 85세였다(14:10). 여호수아는 갈렙보다 나이는 서너살 많았지만 그들은 생사를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역자였다.
그런데 갈렙이 여호수아를 찾아와 이전에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자기의 기업을 달라고 청탁을 했다. 그러나 그의 청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갈렙은 일반적인 통념의 청탁과는 반대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점령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난공불락과 같은 성읍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때 갈렙의 나이가 85세가 되었음에도 ‘모세가 나를 정탐꾼으로 보내던 날과 같이 내가 여전히 강건하고 그 성읍을 점령할 수 있으니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산지(헤브론)를 지금 내게 주소서’라고 청탁했던 것이다(14:11-12). 이것은 청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포기하고 있는 성읍을 점령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주시기로 약속한 모든 땅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을 이스라엘에게 본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갈렙이 난공불락의 성읍 헤브론을 점령한다면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약속하신 모든 땅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기에 갈렙은 여호수아를 찾아가 그 산지를 달라고 청탁한 것이다. 이것이 갈렙의 청탁이요 믿음이요 리더십이었다. 하마통독학교(HaMa Bible Academ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