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사순절 영성을 회복하자
비록 미국에 살아도 조국의 대선이 관심사임을 부인할 수가 없는 때다. 실제 선거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왔고, 혼전을 거듭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우리의 관심을 붙들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진보와 보수로의 진영 갈등 같은 해묵은 갈등 위에 이번에는 성별 간의 갈등까지 더해져서 은근히 걱정도 된다. 더 무릎 꿇는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크리스천들인 우리에게는 더 당면한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곧 맞이하게 될 사순절을 위해 좀 더 차분히 경건의 끈을 조여 나갔으면 좋겠다. 사순절(Lent)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3월 2일)로부터 부활주일(4월 17일)전 토요일까지 46일 간의 기간인데 그중 여섯 번의 주일을 뺀 40일 간을 말한다. 주님의 십자가와 고난을 묵상하는 40일을 의미한다.
교회 전통으로는 이 기간에는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그 고난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 고난의 의미를 묵상하며 우리의 신앙을 재점검하고 나약해진 영성을 회복시켜 나가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기간이다. 교회사에서 성도는 사순절 기간에 화려한 옷을 입거나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절제하면서 기도와 묵상을 통해 주님을 닮기를 사모하는 기간이다. 성도들은 금식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경건 생활을 실천해 왔다.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정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 교회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바꾸어 놓았다. 우리 성도들이 생명같이 여기던 예배도 제한이 있었다. 매주 성전에 모여 대면으로 드려오던 예배도 중단을 강요당하고 생소한 온라인 예배로 대치하다 보니 성도들 간의 만남이나 교제와 대화도 사라지고 말았다. 모이기를 힘쓰던 성도들은 무인도에 표류하는 사람처럼 괴리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자연히 영적생활의 침체를 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침체된 영성을 이번 사순절 기간에 회복했으면 좋겠다.
먼저는 이번 사순절 기간에는 한 끼라도 금식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수님의 고난에 관한 말씀도 깊이 묵상하면서 그 고난이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묵상하고,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삶이 현장으로 묶어 내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아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웃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 자녀들이 20만 명이 넘는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는다. 이 아픈 소식을 들으며 그들에게 도움을 나눠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떨치기 어렵다. 코로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주장하는 대로 우리는 부모 없이 살 수는 있어도, 하나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아마도 주님은 이 사실을 바로 알려 주기 위해 우리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남겨 두고 우리에게 그런 소식을 듣게 해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사순절 기간이 이런 이웃을 찾아 나눔과 섬김으로 주님 마음을 보여주는 거룩한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사순절에는 한 끼 금식이라도 하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작은 나눔을 실천해서 이웃을 돌아보자! 큰 것이 아니라도 좋다. 금식으로 얻은 적은 금액이라도 그들을 위해 사용해 보자. 주님의 마음을 닮은 작은 실천으로 주님을 기쁘게 하고, 이웃에 주님사랑 전하면, 침체한 우리의 영성에 새로운 은혜가 임하리라 믿는다. 승리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