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언론중재법, 청교도신앙 그리고 아레오파지티카!
17세기 영국을 새롭게 한 것은 청교도 운동이었다. 기독교 역사상 그 여파가 가장 오래 지속되고 다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신앙운동이 청교도 운동이다. 청교도 운동으로 미국이 건국되었고, 청교도가 미국에 상륙한지 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청교도신앙 회복이 화두이다.
청교도 운동은 책읽기(Bookish)운동이었다. 가장 많은 책이 출판되고 가장 많이 읽혀진 운동이다. 청교도 운동 지도자들이 인문학 대가였고 많은 저술을 남겼다. 청교도 운동과 더불어 영국과 유럽에 출판 산업이 엄청난 호황기를 맞았다.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수십 판을 인쇄하는 베스트셀러들이 나타나 영국 시민들과 유럽 지성인들이 열광하며 청교도 서적을 읽었다.
청교도의 활발한 저술 활동에 분노한 영국 황실은 많은 청교도 지도자들과 청교도 작가들을 투옥시켰다. 이것은 영국황실의 대형 실책이었다. 감옥이 서재가 되고, 감옥이 집필실이 되었다. 청교도들이 감옥에서 갇혀서 책을 읽었고, 너도 나도 책을 저술했다. 전혀 책을 쓸 계획이 없었던 사람들이 감옥생활 체험담을 저술했고, 독자들은 열광했다. 청교도 신앙인들은 감옥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에 집중력을 높여서 묵직한 대작들을 저술하였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같은 대작들이 감옥에서 탄생되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영국 황실과 의회는 1643년 6월 모든 출판물은 의회의 사전 검열을 받게 했다. 검열없이는 출판이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에 청교도 사상가요 문호였던 밀턴은 언론의 자유를 강변하는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라는 소책자로 황실에 저항했다. 밀턴은 이 책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영국 황실의 무모한 검열을 질타했다. 밀턴은 이 책에서 ‘혼란을 검열과 사전허가제로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원 문을 닫아서 까마귀를 가둘 수 있다고 여기는 것만큼 어리석다’고 강변한다.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출판물 검열 명령을 반대한 밀턴의 생각은 당시 영국 황실은 물론 영국 사회 나아가 유럽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실낙원(Paradise lost)’으로 유명한 밀턴은 청교도 신앙인이다. 영국 사람들은 그에게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존경을 보내는 대 문호다. 밀턴은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청교도 신앙인으로 성장했고, 밀턴은 어릴 적부터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케임브리지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 최초의 걸작인 ‘그리스도 탄생하신 날 아침에’를 비롯하여 여러 편의 작품을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썼다. 그는 철저한 청교도 신앙인으로 신앙생활에 중요한 주제에 관한 글들을 남겼다.
청교도 신앙인 존 밀턴은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의 역작 ‘아레오파지티카’는 언론 자유에 관한 권위 있는 고전이다. 밀턴은 사회적 정의는 사상의 공개시장에서 자율조정과정(Self-righting process)을 통해 제련된다고 주장한다. 거짓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은 진리와 공개경쟁을 하면 거짓은 자연히 소멸될 것이라고 밀턴은 주장한다.
21세기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토의도 없이 진행해서 여의도가 시끄럽다. 이 뉴스를 접하며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를 생각했다. 지금 밀턴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말할까? ‘진리는 허가와 규제에 의해 독점되는 상품이 아니다', '진리와 거짓이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라. 진리가 승리하는 데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고 검열도 필요 없다’고 일갈했던 밀턴의 말을 저들은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