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목숨도 소중” 이유나 씨 참극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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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목숨도 소중” 이유나 씨 참극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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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나 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뉴욕 차이나타운서 열려 100여 명이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연합뉴스·링크드인




맨해튼서 100여 명 규탄 집회

흑인 용의자 살인 혐의로 기소



자신의 아파트에서 뒤따라온 흑인 노숙자에 의해 살해당한 한인 여성 이유나(35·크리스티아 유나 리) 씨의 사건이 전해진 뒤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범죄에 대한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본보 2월 14일 A-3면 보도>


14일 현지 매체의 소식에 따르면 피해자인 이 씨가 살던 아파트 맞은편 공원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중국계를 비롯한 커뮤니티 단체와 주민들, 아시아계 차별 반대를 주장하는 인권 단체 등 100여 명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고 계속된 혐오 범죄를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두려움 없이 걸어 다니고 싶다", "노숙자와 정신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한다", "(에릭) 애덤스 시장, 제발 아시아계 자매들을 구해달라" 등의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에서 주요 참석자 발언이 끝날 때마다 "더 이상은 안 된다"와 "우리가 바꿔야 한다" 등의 구호를 합창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에서 따온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중국계 여성은 "유나 리가 너무 불쌍하다"면서 "내 친구도 출근 혹은 퇴근 때 누군가 쫓아오는 일을 겪었다. 애덤스 시장이 모두에게 안전을 되돌려줘야 한다"라며 울먹였다.


뉴욕 경찰(NYPD)은 전날 체포한 용의자 아사마드 내쉬(25)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용의자는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에 기자들에게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내쉬는 전날 새벽 차이나타운 지하철역 근처에서 귀가 중인 이 씨의 뒤를 밟아 따라간 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녹화됐다.


이 씨가 아파트 출입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피해자 뒤를 바짝 쫓아온 내쉬는 문이 닫히기 전에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내쉬를 체포했다. 그는 아파트의 화재용 비상출입구를 이용해 탈출하려 했지만 실패한 뒤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아직 증오범죄로 규정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피해자 이 씨와 용의자가 아무런 면식 관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공격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럿거스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이 씨는 디지털 음악 플랫폼 업체에서 선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근무했다. 그는 이전 구글과 톰스, 콜 한 등과 같은 대형 기업의 광고 업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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