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총격범… 아시아계 노린 증오범죄(?)
뉴욕 총격범의 행방을 쫓고 있는 가운데 범행이 인종적 동기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매체 ‘ASIAN DAWN’이 게재한 현장 모습들. 피해자 상당수가 아시아계로 보인다. 수배된 용의자의 모습. / SNS 계정 캡처·NYPD
ASIAN DAWN “피해자 상당수 아시안”
사건 발생 지역 차이나타운서 가까워
흑인 용의자 수배 “인종적 동기 조사”
뉴욕 지하철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이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오범죄 관련 뉴스를 주로 다루는 온라인 미디어 ‘아시안 돈(ASIAN DAWN)’은 11일 이 사건에 대해 보도하며 “소셜 미디어에 나타난 여러 영상이나 사진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상당수가 아시아계로 보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매체는 “목격담에 따르면 용의자는 5피트 5인치의 키에 약 175~180파운드의 몸무게로 보이는 아프리카계 남성”이라며 실제로 지하철 내부와 역 안에서 총격을 받고 피를 흘리는 다수의 아시아계 탑승자들의 이미지를 함께 게재했다.
뉴욕경찰(NYPD)에 따르면 모두 10명이 총에 맞았고,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른 사람들에 깔려 다친 부상자까지 모두 16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5명은 중태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36번가역은 브루클린 내 차이나타운과 가깝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 인종적 동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유홀(셀프 이사서비스 업체) 승합차를 빌릴 때 사용한 신용카드를 발견하고 프랭크 제임스 (62·Frank James)를 공개 수배했다. 용의자에게는 5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사건은 12일 오전 8시 30분께 맨해튼 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 N트레인 열차 안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열차가 브루클린 선셋파크의 36번가역에 거의 진입할 무렵 용의자가 갑자기 방독면을 꺼내 쓴 뒤 연막탄을 던졌다. 연기가 객차 전체를 집어삼킬 무렵 곧이어 '탕탕탕'하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차에 타고 있던 야브 몬타노는 CNN방송에 "처음에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며 "의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다른 객차로 연결된 문을 열고 도망가려 했으나, 결국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몬타노는 전했다.
바닥에 뿌려진 피를 보고 상황을 깨달았다는 몬타노는 "내가 본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밟고 잠긴 문을 뚫고 나가려 하던 장면"이라며 "다행히 열차가 역으로 빠르게 들어섰고 모두가 허둥지둥 빠져나왔다"라고 밝혔다.
출근과 등교가 한창이던 시간이어서 이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은 40∼50명이나 됐다고 몬타노는 추정했다. 같은 열차에 3살짜리 딸을 데리고 탑승한 패트릭 베리(41)는 뉴욕타임스(NYT)에 "열차가 멈추더니 갑자기 앞쪽 칸에서 사람들이 '달려, 빨리 가'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사람들이 우리 칸을 지나쳐 전력으로 달려갔다"라며 자신도 딸을 안아들고 서둘러 대피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소방관들은 아직 터지지 않은 폭파 장치 여러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경찰은 실제 폭발물은 없었다고 정정했다. 도주 중인 용의자는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입는 초록색 안전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NYPD는 밝혔다. 이 조끼는 뉴욕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 직원들이 착용하는 복장과도 비슷해 상당수 승객은 그를 MTA 직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우미정·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