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갑질과 웨이터의 법칙
월드쉐어USA 대표
지난 7월 말 CNN방송이 한국기업의 직장 내 갑질을 보도했다. 방송은 여러 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인용했는데 직장인들이 직장 내 갑질을 경험한 비율이 29.6%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 직장인이 상사의 신경질적인 발언에 위협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갑질이 방송을 타고 세계에 알려져 'K-갑질'이 되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K-갑질의 심각성은 갑질하는 “갑(甲)”과 갑질에 대하여 관대하다는 데 있다.
미국 경영자들은 인사관리에 웨이터 법칙(Waiter's Rule)을 철저하게 적용한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거만하게 군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If someone is nice to you but rude to the waiter, he or she is not a nice person).” 이 말은 경영인들의 잠언이란다. 이것은 직원채용이나 계약체결에서 적용하는 원리다.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실수로 손님에게 와인을 쏟았다. 옷을 버린 손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폭언을 했다. 이 사람과 동석한 사람은 의류업계의 거물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거래를 취소했단다. 데이브 굴드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동석한 사람은 쩔쩔매는 웨이터를 배려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이브 굴드는 그 자리에서 그 사람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웨이터 법칙이 적용되는 실례다.
웨이터 법칙은 미국 기업인 윌리엄 스완슨(William H. Swanson)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즈니스 규칙(Unwritten Rules of Management)”이라는 책에서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윗사람에게는 잘 하면서도 약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지도 말아야 하고, 사업상 파트너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USA투데이는 웨이터의 법칙을 소개하면서 웨이터 법칙은 대부분의 미국기업 경영인들이 취하는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기업인은 약자(을)에게 갑질하는 사람은 기피한다고 한다. 우리는 “을”들을 너무 쉽게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식당에 가면 식당종업원을 함부로 대하거나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에게 무례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손님에게는 친절한데 종업원들에게는 인색하고 혹독한 사람은 좋은 기업인이 아니다. 성도들에게는 친절하고 인자한데 교회직원이나 부목사를 함부로 대하는 담임목사는 좋은 목사가 아니다. 부하직원 혹은 자신의 종업원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갑질이나 웨이터 법칙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질문이다. 한국사회도 ‘갑질’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갑’의 오만함을 문제삼는 것은 분명하지만 웨이터의 법칙과 같은 구체적인 불이익이나 제재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웨이터의 법칙이 성숙한 사회의 산물이다.
성숙한 삶에는 약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약자들을 도우려는 선한 노력이 있다. 삶의 길목에서 만나는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면 지위의 고하와 재물의 다소에 상관없이 그 사람은 졸장부요 못난이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가 돼 갑질을 근절하고 웨이터 법칙이 지켜지는 성숙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