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봉제공장 안 해봐서 몰라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Biz & Law] 봉제공장 안 해봐서 몰라

웹마스터

1c2e3767580576117e44c57d61c97842_1632162429_719.jpg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일명 '자바'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봉제업계에 관행으로 굳어진 일당제 즉 ‘피스 레이트’(piece-rate)가 불법화되는 캘리포니아주 상원법안(SB 62)가 주상원 표결과 주지사 서명만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종업원의 생산량에 따라 임금이 결정하는 대신 최저임금제를 따르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봉제업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피스 레이트’를 고집해 왔다. 즉, 직원은 일하는 시간이 적어도 많은 의류들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고, 고용주는 인센티브를 지불해서 직원들의 생산량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의류 1장당 임금을 계산하는 ‘피스 레이트’라 하더라도 최저임금과 오버타임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의류 10장을 만드는 직원이 장당 10달러로 계산해서 100달러를 하루에 받을 경우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계산해서 8시간 일할 경우 20달러를 안 지불한 것이고, 10시간 일할 경우 오버타임까지 체불한 것이다. 이를 방어하려면 타임카드를 철저히 적도록 종업원을 관리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봉제업체들이 일한 기록 관리에 쥐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는 4시간만 일해서 30달러를 더 지불했어도 4시간 일한 기록이 없어서 불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주 노동청은 ‘피스 레이트’를 실시하면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거나 오버타임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봉제공장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왔고 종업원들은 최저임금과 오버타임을 못 받았다고 클레임과 소송을 해왔고 고용주들은 이런 처사가 불리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여전히 타임카드 관리에 소홀해 왔다.


지난 2016년 UCLA 노동센터(Labor Center) 연구에서 남가주 의류업계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수준은 시간당 5.15달러로 당시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이유가 그렇다. 지금 세상에 이런 적은 임금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고용주들도 없고 이런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원도 없지만 간단히 일한 기록이 없어서 최악의 악덕 고용주로 낙인찍히게 됐고 SB 62 법안이 통과하게 된 것이다.


만일 봉제업계가 타임카드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이런 법안이 통과할 수도 없고 계속해서 ‘피스 레이트’를 종업원과 고용주가 향유했을 것이다. SB62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생산량 초과달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외하고는 ‘피스레이트’ 임금 적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20년 전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소재를 원청업체인 의류업계까지 부과하는 'AB 633'이 통과됐을 때는 자바가 알지도 못했고 준비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SB 62'가 통과될 것이라고 법안이 발의 된 오래 전부터 언론에 보도됐지만 여전히 봉제업계는 딴나라 이야기다. 지금도 ‘피스 레이트’로 지불하면서 직원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임카드를 찍지 않게 하는 봉제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오래된 클라이언트인 봉제업체 사장님과 SB 62에 대해 전화통화를 했다. 늘 다람쥐 쳇바퀴처럼 끝이 없는 대화지만 이날은 좀 감정적으로 우울하게 끝났다.

필자: “어차피 피스로 해도 오버타임 최저임금 줘야하자나요. 타임카드 갖추면 되는데, 언제까지 종업원 착취하는 악덕업주라는 말 들으실래요?”

클라이언트: “변호사님이 봉제공장을 운영해 보지 않아 몰라서 그러세요.”

필자: “그럼 그렇게 계속 단속 당하고 소송당하고들 사세요.”


알면서도 안 하는건 지, 정말 몰라서 못 하는건 지, 그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대책회의들만 하면 달라지는 지 궁금하다.


문의 (213) 387-1386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