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손님이 만족해 하면 식당운영은 성공"
한인타운에 코리안 바베큐 식당 '오리진', '쿼터스'와 '라성왕돈까스'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식당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 이 대표. 김문호 기자
'6th 애비뉴' 크리스 이 대표
은행원에서 요식업계 '스타'로 변신
손 대는 고기구이집마다 '문전성시'
최근 '라성왕돈까스' 열어 대박조짐
주류사회 타겟 '무한 BBQ' 6월 오픈
'오리진 BBQ' 기사식당 콘셉트 점심
LA한인타운 올림픽과 하버드 불러바드가 교차하는 곳에 요즘 핫한 식당이 있다. 지난달 오픈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라성왕돈까스. 접시에 담겨 나온 돈까스를 본 손님들은 모두 한마디씩 한다. “누가 다 먹어? 둘이 먹어도 남겠는 걸!” 음식값이 많이 올라 외식 한끼 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때이지만 라성돈까스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엄청난 크기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고객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이니 맛은 논외라는 이야기.
라성의 오너 크리스 이 대표는 “식당이니까 맛은 당연히 좋아야 하겠지요. 그런 거 말고, 손님들에게 뭔가 ‘앗’ 하는 것을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라성돈까스는 손님들에게 맛과 함께 푸짐하고 넉넉함을 함께 드리려고 합니다.”
이 대표는 한인타운에 ‘강호동 백정’을 처음으로 오픈해 요식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주공인이다. 이후 아가씨곱창, 쿼터스 코리안 BBQ, 테라코타, 마리네이드 BBQ(롱비치), 최근엔 옛 광양불고기 자리에 6월 중순 오픈예정으로 ‘무한 BBQ’까지 준비 중이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끝내며 백정 자리엔 '오리진 코리안 BBQ'를 안착시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어차피, 여러 곳에 고기구이집을 하고 있는 만큼 재료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량구매를 하니, 경쟁업체들보다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이점도 있지요. 돈까스 집을 열면서 고기를 조금 더 써서 손님들에게 가격 대비 만족을 드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라성의 돈까스 크기가 커진 이유다. “식당을 여러 곳에 하면서 홀에 나와 있을 때는 늘 손님을 밝게 맞이하고 식사하는 표정들을 살핍니다. 하나라도 더 서비스를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새로 오픈한 식당이라면 손님들 표정만으로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손님들이 만족해 하는 모습이라면 그 식당은 ‘성공’인 셈이죠.”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대하라’고 수시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원들 모두가 오너 마음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직원들의 깍듯한 태도에 손님들은 음식을 먹기 전부터 만족해 하거든요.”
물론, 나름대로 맛도 있다고 자부하고 직원들이 친절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이 대표의 경험이다. “지난 2011년부터 오픈하는 식당마다 잘 됐어요. 그런데, 그런 경험을 살려 한식 아닌 양식 쪽으로 진출해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어요. 브런치, 퓨전푸드, 치킨, 딤섬집까지 모두 실패했지요.”
이 대표가 뜬금없이 실패한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여러 식당 비즈니스를 하면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창업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 창업 노하우를 물어 옵니다. 그때마다 분명하게 말씀 드리는 게 있어요. ‘내가 아는 것이 아니면 절대 하지 마세요’라고 하지요. 식당업은 고된 일인데다, 실제로 해보니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양식)에서는 다 망했거든요.”
그렇다고 이 대표가 한식 요리사는 아니다. 요리도 잘 하는 것이라고는 라면 밖에 없다고 한다. 대신 이 대표에게는 셰프급의 든든한 우군이 있다. 아내 아이리스 이씨다. “아내가 맛을 보고 식당 콘셉트를 잡는 일에는 타고난 감각을 갖고 있어요. 새로운 요리나 소스 등을 만들고 메뉴 콘셉트를 잡아주는 일을 아주 잘 해요.” 이 대표의 몫은 홀 관리와 비즈니스 운영이다. 부부가 손발이 척척인 셈이다.
1990년 미국에 유학 온 이 대표는 USC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사회생활은 은행원으로 출발했다. 가주외환은행에 입행해 이름이 바뀐 퍼시픽유니온뱅크를 거쳐 합병된 한미은행에서 스몰비즈니스 대출업무를 했다. “은행일을 하면서 식당업을 하는 손님들을 많이 만났고, 그를 통해 언제가는 나도 식당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다소 엉뚱했지만 이 대표에겐 위기가 꿈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 한인은행가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이 대표도 퇴사하게 됐다. 당장 비즈니스에 도전하기에는 준비가 덜 됐을 때다. 에이전트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업계에 먼저 도전했다. 그렇게 다시 식당을 오픈하는 사람들을 가깝게 보면서 또 한 번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2011년 마침내 로망이던 바베큐집을 오픈하게 됐다. “한국에서 강호동 백정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왕성하게 펼칠 때였어요. LA에 프랜차이즈점을 내고 싶다고 이메일로 연락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거죠. 안 하던 일이니 초반엔 고생도 좀 했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LA타임스 주말판 푸드면에 새로운 콘셉트의 BBQ집으로 대서특필되면서 상황이 호전됐어요. 2년 더 지나서는 아가씨곱창, 풀러튼에도 백정을 오픈했고 쿼터스까지, 오픈할 때마다 식당들이 다 잘 됐어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 “잘 모르는 양식 쪽에 손을 대 실패하면서 사실 2018년 이후로는 조금 안 좋았어요. 더구나 다들 힘들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겹친데다 연이어 물가인상까지, 악재들이 많았잖아요.”
그러던 차에 라성돈까스는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이 대표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6월 오픈하는 ‘무한 BBQ’를 새로운 콘셉트의 무제한 고깃집으로 운영하려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무한'이라는 이름으로 주류사회에 진출하려고 해요. 이전과 달리 퀄리티있는 무제한 고깃집으로 색다르게 운영할 겁니다.”
채프만몰에 운영 중인 ‘오리진 BBQ’에는 내주부터 ‘부캐’(부 캐릭터)도 론칭한다. “점심 메뉴로 기사식당 콘셉트를 추가하려고 해요.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구이를 곁들인 백반을 소개할 겁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스타일을 선호하는 이 대표는 요즘 시간만 나면 뉴욕,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오렌지카운티 쪽으로 출장도 다닌다. 싱글 수준의 수준급 골퍼로 가끔 지인들과 골프를 한다는 이 대표는 "그래도 머릿속은 온통 사업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어요. 식당 사업을 꿈꿨고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도 다졌으니, 더 활짝 키워봐야지요.”
김문호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