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방송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합니다"
지난 7일 조선일보 LA를 방문한 GBC 미주복음방송 대표 이영선 목사가 크리스천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라디오방송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문호 기자
GBC 미주복음방송(AM 1190) 대표 이영선 목사
'주 7일 하루 24시간' 복음 전달 위해 노력
"사회변화로 다양한 이슈 대응 중요해져"
AI 발달도 예상치 못한 우려로 사회문제화
'순기능 역기능' 논쟁보다 현명한 활용 중요
GBC 미주복음방송(AM 1190)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선<사진> 목사는 요즘 “인공지능(AI) 공부에 열중”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들과 창업한 AI 챗봇 ‘챗 GPT’가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챗GPT 활용을 두고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필요도 있는 탓이다.
“학생들이 에세이 숙제를 할 때 AI로봇을 이용한다고 해서 우려가 크다고들 해요. 그런데, 그런 문제가 비단 학교 만의 것은 아니거든요. 실제 실험을 해봤어요. 성경 본문의 일부를 넣고, 10분짜리 설교문을 작성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춘 정말 그럴 듯한 설교문을 금방 내놓더라고요. 심지어, 주문할 때마다 다른 버전을 줍디다. 보통, 목사들이 설교문 작성을 위해 일주일을 고민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정이라면 어떻겠어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7일 본지를 방문한 이 목사가 불쑥, AI 챗봇 이야기를 꺼낸 건 크리스천방송 대표를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상황들을 단적으로 털어놓고자 함으로 보였다.
“AI를 그저 검색하고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로 이해했지요. 그런데, 이게 달리 보면 한 없이 부정적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크리스천방송은 신앙공동체를 서포트한다는 정체성이 있어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이죠. 그렇다면, 복음방송으로서는 이런 형태의 AI 활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일 수 있죠. ‘순기능이냐 역기능이냐’ 하는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젊은 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입니다. 결국, AI를 어떻게 선교에 더 유용하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해해야 할 문제이지 않을까요.”
이 목사가 꺼내 든 화두는 비단 AI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첨단기술과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른 인간의 사고변화는 이미 동성애, 낙태, 성전환 등의 문제에서 신구세대는 물론, 일반과 신앙공동체와의 다양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어디, 크리스천방송만의 고민일까요? 많은 언론의 공통적 고민이기도 할 겁니다. 이때, 어떻게 중심을 잡아가느냐는 리더십이 꼭 챙겨야 할 이슈일 것입니다.”
이 목사가 임기 3년의 GBC 미주복음방송 대표를 3연임째 하고 있는 이유이겠다. ‘어느 순간에도 GBC는 크리스천 복음을 전하는 방송이라는 정체성 고집과 차세대 선교의 중요성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GBC 사장에 선임된 이 목사는 방송 트렌드 변화로 ‘듣는’ 라디오의 한계가 부각했을 때, 빠르게 ‘듣고 보는’ 라디오로 전환을 시도한 것도 같은 이유다. "라디오의 AM 주파수가 사라질 것은 아니지만 FM, 디렉TV도 이제는 OTT나 디지털TV로 바뀌며 기존 매체들은 힘겨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젊은 세대는 앱이나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욱 친숙하니, 특히, 영상은 꼭 필요한 도구일 것입니다.”
이 목사는 최근 2~3년 새에 주 7일 하루 24시간 라디오 복음방송에 전념하면서도 GBC에 영상팀을 강화했고, 전체 인력의 60% 정도를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쓰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 본사에서 근무했던 이 목사는 1981년 뉴욕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사고로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지금까지 휠체어를 타고 있다. 퇴사 후 1999년 LA로 온 후로 신학공부를 하며 밀알선교단에서 오랫동안 장애인 사역을 해 왔다. 2017년 GBC 사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9월엔 남가주 연세목자회(연목회) 회장에도 취임해 크리스천 복음 전파에 힘쓰고 있다.
김문호 기자 mkim@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