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내 작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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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내 작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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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옥  

시인·수필가·나성영락교회 권사


 

따스한 오월의 날씨가 여름을 손짓한다. 꽃과 풀들이 창조주의 솜씨를 드러내며 미풍의 인도에 따라 신나게 춤춘다.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에도 벌, 나비들이 입 맞춘다. 마켓엔 제철 야채와 과일들이 싱그럽고 탐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이 아름답고 풍요로움 속에 내가 숨 쉬고 있음이 감사하다.

오월에는 세탁소가 더욱 바쁘다. 겨울 옷들을 세탁하여 보관하고, 결혼식, 졸업식, 각종 행사용 옷들을 세탁하는 손님도 많고 몸에 맞게 옷 수선을 원하는 손님이 많다. 수선은 거의 내 몫이다. 복에 겨운 푸념이 저절로 나온다.

일하면서 들으려고 음악관련 동영상을 틀면 늘 구호단체 광고 영상이 앞에 뜬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 영상이 맘을 무겁게 한다. 얼른 음악을 클릭해 듣지만, 잔상이 맘을 어지럽힌다. “왜 지구 한쪽에서는 저토록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야 하나? 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풍요 속에 생각 없이 지구를 오염시킨 우리 탓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환경오염으로 많은 섬나라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염분 침투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식량 확보가 어려워졌다.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뭄 등으로 식량이 부족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대기 오염, 수질 오염이 심각해 무서운 자연재해가 지구촌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이 땅의 풍요 속에 생각 없이 살면서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OECD 국가 중 일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가 미국이란다. 2021년 기준, 미국인 일 인당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약 2.2kg (5lbs)에 달한다니 놀랍다.

내 일에 관련된 섬유 폐기물을 조사해보았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섬유 폐기물이 1,310만 톤이란다. 전체 폐기 물량의 7.7%에 해당한다. 섬유 폐기물은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섬유 생산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 소비,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런 점에서 옷 수선물을 갖고 오는 손님들이 감사하다. 그 동안에는 새 옷을 수선하려는 손님을 선호했다. 환경오염을 생각하고 나니 해지고 오래된 옷들을 부모가, 조부모가 물려준 옷이라며 소중하게 생각하고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수선해 입는 손님들이 귀하고, 오래되고 낡아도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빈티지(Vintage) 문화가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생활 가운데서 쓰레기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보니 전반적인 생활의 틀을 완전히 바꿔나가야 한다. 우선 우리 가게 안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며 손님들께 협조를 구한다.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고 일회용 옷걸이를 재사용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재활용으로 남는 돈은 얼마가 되더라도 손님들의 마음을 담아 구호단체에 보내야겠다.

그 동안 환경오염 문제를 국제 사회의 문제, 정부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다. 단골손님이 좀먹은 실크 스카프가 돌아가신 엄마 것인데 간직하고 싶다며 가져왔다. 예전 같으면 못한다고 거절했을 텐데, 선물로 주신 이 아름다운 땅을 지키는 맘으로, 내 작은 힘으로 지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바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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